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공간 즉 혼자 있을 수 있는 집을 원할 것이다. 특히 난 그 공간을 너무 원한다. 우리 집 구조를 보면 둘째 언니와 방은 분리되어 있어 각자의 방이지만, 정작 그 공간을 분리하는 문이 없어 서로 각자 생활하는 방지만, 모든 소리와 잡음들이 들려 같이 쓰는 방과 다른 것이 없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조용한 곳에서 읽어야 책에 집중하며 읽을 수 있는데 문제는 둘째 언니는 텔레비전을 볼 때면 귀가 좋지 않아 소리를 잘 듣지 못해서 그런지 소리를 높여서 보고 그러면 문이 없는 내 방에 그 소리가 다 들려 책에 집중할 수가 없어 그날은 책을 손에서 놓고 나도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게 된다.

정말이지 나만의 공간, 책만 읽을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언제부터인가 항상 내 머릿속에는 자취방을 구해 이곳에서 벗어나는 생각들이 가득했다. 그런 나에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남자가 아니라, 집!"이라는 문구가 있는 표지를 본 순간 바로 이 책이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온 마음으로 다해 이 책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 날 이 책이 나의 손에 들어왔다. 그렇게 난 이 책을 손에 놓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30대 독신녀인 나가타 마리는 쉬는 날 이것저것 잡다한 집안일을 하며 쓰레기를 버리려 2층 계단을 내려오며 항상 하는 생각을 한다. 마흔이 되기 전에 꼭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몸이 붕 하고 뜨는 느낌을 받는다. 녹은 눈이 얼어 있었던 것을 모르고 밟아 미끄러진 것이다. 격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잠시 후 혼자서 일어날 수 있게 되고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마흔이 되기 전에 결혼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렇게 자신의 회사 사장인 사촌 동생 유키코에게 그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녀의 본격적인 결혼 상대 찾기가 시작된다. 유키코와 함께 이곳저곳으로 따라다니게 된 마리는 도저히 유키코를 감당할 수 없어 잠시 쉬자고 부탁했고 토요일에 일에 관한 미팅이 있다고 비워두게 하지만, 그것은 유키코의 엄마, 주인공 마리의 이모 주선으로 시작된 맞선이었다. 건축설계사인 후쿠시마를 만남으로서 그녀의 집 짓기의 첫 단계가 시작된다.

그녀도 처음에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기위해 집을 짓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저 여기저기 모델하우스를 견학하며 그저 원룸이나 지금 사는 곳보다는 조금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정작 가지고 싶은 것은 표지 문구에 있는 말처럼 남자도 아니고 형식이라는 틀에 맞혀져 지어진 집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자신이 원하는 공간으로만 이루어진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입으로 말하는 순간 그것이 이때까지 그녀가 가진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부모님과 주위 사람을 설득하며 맞선 상대인 후쿠시마 건축 설계사의 도움으로 그녀의 집 짓기 프로젝트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다.

요즘은 능력 있는 여자들이 많아 30대가 넘어가도 결혼할 생각도 없이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자들이 많다. 나도 솔직히 능력만 있다면 결혼해서 시댁 식구 눈치를 보지 않고 그냥 독신으로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난 요즘 전문직 여성처럼 능력 있는 여자가 되지 못해 남들이 다 하는 결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혼한 친구가 시댁에 불려다니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이지 난 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 있는 여자가 못 되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잦다.

그런 능력 있는 여자들도 자신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인 것 같다. 부모님의 반대는 물론 주위 사람들의 반대와 그보다 더 큰 산이 있다. 바로 땅이라는 문제. 땅이 일반 지어놓은 오피스텔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저 지어진 집에 나만의 물건으로 실내장식을 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살 것인데 여기 나오는 주인공 마리는 자신의 집을 짓는다니 그것도 자신이 필요한 것들만으로 해서 짓는 집은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집을 지으면 행복한 마리의 모습이 조금이 아닌 아주 많이 부러웠다.

책을 덮을 때까지 마리의 집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완성된 집 앞에서 얼마나 행복해하며 잘 살아가게 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그녀는 남자만 만나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를 조만간에 만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행복한 꿈을 꾸며 이 책을 손에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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