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달 전에 읽었던 일본소설 책의 내용에서 같은 동급생을 아주 잔인하게 살인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갱생 프로그램이라는 법의 제재를 받아 변호사가 되어 아주 잘사는 범인을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사회적 법을 보며 아무리 미성년자라지만,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인데 겨우 소년원에 갔다가 갱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범죄 기록이 사라지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멋진 사회인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모습에 치를 떨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가슴 한편에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누군가의 책 목록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고 표지가 눈길을 끌어 책을 찾았다. 그리고 띠지 에 적혀 있는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문구에 나도 모르게 이 책을 덥석 사들이게 되어 오늘 이 책을 읽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추리소설처럼 재미있는 그런 유의 책은 아니었다.

최근 사회가 변하면서 남편 없이 미혼모로 혼자 애를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맘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싱글맘인 교사는 종업식날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반에서 고별인사를 하게 된다. 자신이 현재까지 왜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지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수요일마다 딸을 데리고 학교에 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몇 달 전 겨우 4살밖에 되지 않았던 자신의 딸이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것이 사고가 아닌 자신이 맡은 반에 살인자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다 하며 그 범인들에게 자신이 몰래 복수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모두 고백한다.

처음에는 여기까지가 이 책의 이야기라고 한다. 앞의 이야기로만 상을 받은 작가는 뒤에 내용을 더 추가하여 고백이라는 이 책을 발표했다. 1장 성직자에서는 살인을 당한 어머니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반 아이들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라면 그다음인 2장부터는 제삼자의 눈에 비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제삼자의 눈으로 본 사건은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이야기에 대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4장에서부터 시작한 두 범인의 고백까지 들었을 때는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살인자지만, 왠지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무리 불쌍한 삶을 살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두 명의 가해자가 살인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오히려 그들이 더 무서워졌다.

만약 교사가 자신이 벌하는 대신 경찰에 신고했다면 그들은 그저 소년원에 잠시 다녀와서 살인에 대해 반성은 하지 않고 갱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받아 모든 기록이 사라진 채 떳떳하게 사회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 그들이 사회인이 되어 살인을 다시 하지 않는다고는 못할 것이다. 이미 한 번 살인했으니 두 번 못 할 것이 없고 그렇다고 살인을 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러나 갱생이라는 프로그램 없이 기록이 남아있었다면 그들은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살인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것이지만, 이미 갱생을 받은 그들은 아무도 자신에 대한 과거를 모르니 반성은커녕 살인을 우습게 생각할 것 같다. 피해자의 유가족을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만 생각한 그런 법은 한시라도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자를 반 아이들에게 고백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제삼자의 눈에 비친 사건의 이야기로 그리고 가해자들이 왜 살인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교사로서가 아닌 한 어머니의 통쾌한 복수까지. 한 권의 책에 이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법 앞에 아무것도 못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해 가슴 치며 답답했던 마음에 조금은 후련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고 작가의 처녀작인 이 책이 2009년 일본에서 서점대상 수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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