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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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몇 년을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집에서 보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면접을 보고 일자리를 얻어 어쩔 수 없이 집을 나가 회사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집이 아닌 곳에서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되었다. 기숙사로 들어갈 때 바리바리 사주신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 무거운 걸 다 어떻게 들고가야 할지 막막해 엄마에게 짜증을 내며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렇게 회사에 적응하며 3주에 한 번씩 집에 갈 수 있었고 집에 도착해서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짜증을 내며 풀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나에게 화를 내시지 않고 다 받아주며 거의 한 달에 한 번 보는 딸을 위해 내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음식들을 다 준비해 주셨다. 내 돈을 버는 일이면서 나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왜 그렇게 엄마에게 화풀이했는지 모르겠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문득 그날 일이 떠올랐고 그런 나를 아무 말도 없이 받아주던 엄마가 고마웠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 생일을 맞아 자식들이 시골로 내려오는 것이 번거롭고 미안해 자신들이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항상 서울역에 자식 중 한 명이 꼭 마중하러 나갔지만, 그날따라 부모님이 찾아갈 수 있다고 해서 아무도 마중을 나가지 않았고 끝내 일이 벌어졌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역에서 남편이 아내를 두고 혼자 지하철을 타 버린 것이다. 남편은 두 정거장이나 지나쳐서 아내가 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그곳으로 갔지만, 아내는 거기에 없었다. 그렇게 한 남자의 아내이자 자식들의 엄마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남자나 여자는 어른이 되면 아빠를 아버지로 부른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고 자신이 부모가 되어도 엄마는 엄마로 부른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났다. 그만큼 엄마라는 호칭은 누구에게나 변할 수 없는 이름이다. 그 엄마를 한순간 잃어버리게 되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찾고 싶을까? 그 감정들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신경숙 작가는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냈고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게 하였다.

작가가 '너'라고 부르는 말에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엄마에게 짜증과 화를 냈던 부분이 생각났고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엄마에게 했던 모든 나쁜 일들 때문에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이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난 제발 엄마를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내 간절한 바람을 무시하듯 엄마는 영혼으로 나타나 작은딸 집과 곰소를 방문하고 자신이 50년 동안 가꾸고 살아갔던 곳을 지나 자신이 태어나고 결혼하기 전에 살았던 집으로 돌아가 엄마의 품에 안긴다.

지금 내가 컴퓨터에 앉아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와중에는 엄마는 우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시며 왔다갔다하신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다짐을 한다. 다시는 엄마에게 짜증과 화를 내지 않겠다고. 여기저기 아프시다는 엄마를 귀찮아하지 않고 주물러 드리겠다고. 그리고 나만큼은 엄마 근처에 살면서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주겠다고. 하지만,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 앞으로 살면서 노력을 할 것이다. 평소에 마음에만 품고 잘하지 못했던 말을 엄마에게 전하고 싶다.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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