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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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연작소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책은 가독성이 좋아서 금세 다 읽었는데,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말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느꼈던 감정보다 조금 더 애매한 불편함이 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홀로 재수를 한다며 서울에 올라와 시간을 허비하고,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친구를 따라 다단계에 빠져 가족과도 연락할 수 없는 신세가 된 정아. 오토바이 가게를 여는 게 꿈인 경호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면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정아.

7년간 고시 수발을 들었던 남자친구에게 고시 패스와 함께 버림받은 여자 정정은. 이후 점점 변해 가는 정정은.

첫 남자가 알고 보니 유부남. 그 남자에게서 유부남인 거 알고 만난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은 영진.

남자 집에 얹혀살면서 채팅 앱으로 만난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인 윤정화

직장 상사의 성추행으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애인에게 고백한 후 실연당한 여자. 홧김에 옆집에 들어가 잠든 남자를 강간하고 물건을 훔친 여자 이재영

남자가 그리웠던 날 골목길에 나타난 바바리맨을 추격한 여자 이화정

너무나도 알뜰살뜰 착실히 살았고,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큼 만의 행복에 감사하던 날 묻지마 살인을 당한 수연.

좋은 집안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귀하게 자랐지만 자신의 사랑을 선택할 수 없었던 여자 이숙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느 누구에게도 온전히 이입하고 공감하기가 좀처럼 어려웠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여자들의 이야기들이라 거북한 감정이 컸던 것 같아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마냥 피해자가 아닌 복합적인 존재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윤정화 같은 여자도 있고,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해자가 되어버린 이재영도 있어요. 오히려 경호나 김병권에게 측은한 감정이 들어요.

이야기 속 여자들의 불행이 내 얘기가 아니라고 외면하기에는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주변에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수연 씨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연상하게 해서 더욱 소름이 돋았어요.

소설 속 이야기들이지만 막장 같은 현실을 투영하고 있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쉽게 이야기의 잔상이 가시지 않은 소설집.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어느 설문조사 결과를 읽었다. 시간 여행을 하여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으냐는 것이었다. 짧은 문장 하나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엄마, 결혼하지 마. 비교적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슬하에 자란 딸들 역시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결혼을 반드시 만류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를 낳지 않아도 되니까, 결혼하지 말고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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