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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어른을 위한 나태주 동시
나태주 지음, 윤문영 그림 / 톡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태주 동시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둘째는 한동안은 매일 한 편의 시를 써서 엄마에게 읽어주고는 했었지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우리 집에는 동시집이 한 권도 없어서 아쉬워요"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여주고는 했는데, 자기만의 동시집을 갖고 싶었었나 봐요.
그 아쉬움을 달래 줄 동시집이 저희 집에도 한 권 생겼어요.
바로 나태주 시인의 동시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43년의 교직 생활 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던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 그래서 풀꽃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안 예쁜 아이가 없고 오래 보면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니까요.
"사람은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7할 정도가 보는 감각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보는 것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결정되고 우리의 세상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보아서는 안 됩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나는 시 속에서 '너도 그렇다'라는 문장도 썼습니다. 내가 쓰기는 썼지만 나 아닌 어떤 사람, 내 밖의 어떤 존재가 시켜서 쓴 문장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을 신이 주신 문장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에서 '너'라는 말을 '나'로 고쳐 써 보면 이 시는 아무것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만큼 '너'는 중요합니다. '나'만 바라보며 살 것이 아니라 '너'를 깊이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시인의 말 중-"
시인의 말 중에 '나'만 바라보며 살 것이 아니라 '너'를 깊이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집에는 우리에게 유명한 풀꽃 1 외에도 풀꽃이라는 두 편의 시가 더 있어요. 두 시 또한 짧지만 여운이 있답니다.

아이가 자라면
엄마는 늙고
엄마는 늙어도
아기는 자라야 하고
엄마의 소원은
아기가 잘 자라는 것뿐······.
모든 엄마는 아이가 자라면서 늙어가지요.
그렇지만, 아이가 한 뼘 한 뼘 자랄 때마다 자신이 늙어간다는 아쉬움보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 감탄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더 바라는 그 마음은 모든 엄마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뒤숭숭한 요즘도 아이들이 혹시라도 아프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되는 엄마인 저에게 와닿은 시였어요. "엄마의 소원은 아기가 잘 자라는 것뿐"이죠.^^.
시인은 엄마의 마음도 참 잘 알아요. 엄마와 아기의 시들이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해준답니다.

며칠을 두고
파리 한 마리
잡지 않았다
여름방학을 하여
아이들 없는 시골 초등학교
이층에서도 교장실
오직 살아 숨쉬는 것은
저와 나, 둘뿐이기에
며칠을 두고
파리채를 차마
들지못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 시인과 파리만이 있는 공간. "차마"는 아이가 재미있다고 골라준 시예요.
아이는 파리가 윙윙 거슬리지만, 선생님 시인이 외로움을 함께 하는 친구로 여겨서 잡지 못한 거 같다며 그 상황이 상상이 되니 재미있다고 했어요.
저는 코로나로 비어있는 학교도 연상이 되고, 이 시간 학교에서 아이들 없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도 생각이 나서 또 한 번 읽게 되었답니다.
이젠 등교 개학을 해서 아이들이 학교로 가겠지만, 깔깔거리면서 서로 부대끼며 놀 수 없는 지금이 많이 아쉬워요.
그럼에도 아이들은 등교 개학이 마냥 기다려진다고 하네요. 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만나서 예전처럼 보낼 수 없지만,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모양이에요.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아이와 함께 읽는 한 편의 시가 삭막할 수 있는 현실을 촉촉한 봄비처럼 적셔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