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리는 작가 누마타 신스케의 데뷔작으로 <<분가쿠카이>>신인상과 동시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선정이 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크게 3장으로 이야기나 구성된다.
1장에서는 제작년 발령을 받고 본사에서 지금 회사로 온 후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 '히아사'와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2장은 갑자기 퇴사를 후  상조회사에 입사 한 히아사와  다시 만나 낚시를 가고, ' 나'는  헤어진 옛 연인과 전화통화를 하게 된다.
3장에서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사라진 '히아사'를 찾아서 그의 본가를 방문하고 그의 아저비를 통해 히아사의 다른 모습에 대해서 알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람은 단면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에 따라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 나' 는 새로운 거주지 이와테에서는 오로지 '히아사'와 터놓고 지내지만, 결혼을 생각했던 동성애인이 있던 사람이었다.



아까 가즈야와 통화하는 동안 무심결에 푸념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여기에는 친구도 없고 겨울이면 마음이 우울하다고. 이 한마디에 가즈야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것저것 너무 비교하는 것 아니야?" 여전히, 라고 덧붙이고 싶은 듯 함축된 의미를 담은 말투였다

<p.56>



이것저것 너무 비교하느라 친구나 애인을 사귀기 힘든 사람이 가즈야가 본 ' 나' 라는 존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가 유일하게 터놓고 지내는 사이인 ' 히아사'는  '나'의 시각에는 거대한 붕괴에 도취하는 경향을 가진 흥미로운 인물이다.

<strong>하지만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동안에도, 히아사의 성향, 그러니까 어떤 거대한 것의 붕괴에 도취하는 경향은 전혀 약해질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는 모든 상실의 형태에, 히아사는 순순히 반응하고는 일일이 감동했다. 그것이 일종의 장대한 사물에 한정되는 점이 나는 왠지 좋았다. 화재 하나만 보더라도, 한두 채의 집을 전소시킬 만한 화재에는 냉담하리만큼 무관심했지만 수백 헥타르의 땅을 다 태워 버리는 대규모 산불이라도 날라치면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불길이 잡혔다는 소식이 발표되면 화재 현장을 보러 차로 달려갔다. 어떤 일에 대해 공감이 아닌 감명을 받는 그런 신경을 지닌 사람인 거라고 나는 내심 단정하며 재미있어했다.<p.12></strong>

어쩌면 이때 멀리서 도망치라고 소리치던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히아사의 눈은 망연히 저 먼 앞바다의 한 점을 향하고 있다. 바다 너머로부터 해안선을 가득 메우며 부풀어 오른 방조제가 점점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다. 그것이 콘크리트 벽이 아닌 거대한 바닷물의 벽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히아사의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리에 못 박히게 된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휘둥그레지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침내 턱 끝까지 덮쳐 오는 거대한 물의 벽에 닿는다. 항상 수면 부족으로 피곤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의기양양한, 그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 삼켜진다. 그 최후의 순간까지 히아사는 결코 눈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p.73-74>


'나'에게 있어서 히아사는 이것저것 비교해봐도 마음에 드는 점이 있는 사람이었던건 아닐까
그래서 그의 행방을 찾아 드나들던 술집 주유소를 찾아 수소문도 하고, 본가를 찾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본 '히아사'는 한심한 놈,믿는 사람을 배신한 놈. 부정한 인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놈에게는 독특한 성향이 있었지. 그는 말을 이어 갔다. 아니, 단순히 숫기가 없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꼭 한 사람만 만나는 거요. 아주 이른 시기부터 그랬지, 항상 같은 아이하고만 다니나 싶어서 지켜보면, 어느 날 아침에는 다른 아이가 현관에 나타나고 한동안은 그 아이하고만 등교를 하지. 그리고 금세 다른 아이가 나타났다 싶으면 이제 그 아이하고만 붙어 다니는 거요. 어느 아이하고도 오래가지는 않았소.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었으니 6년 동안 같은 얼굴들을 봐야 했지. 졸업식을 마치고 교문에서 다른 아이들처럼 선생님하고 사진을 찍거나 추억을 나누지도 않고 나와 함게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아들의 옆얼굴은 마치 이렇게 단언하고 있는 것만 같았소. 그 얼굴들과는 모두 한 번씩은 익숙해졌으니 더 이상은 흥미가 없다고. <p.87>
           
<strong>"무너진 집과 점포를 물색하고 다니면서 화재 현장에서 설치는 파렴치한 도둑들이 있는 모양이더군. 친족 확인을 하는 척하고 사테에서 금품을 훔치는 패거리들도 있었다고 들었소. 댁은 아무래도 아들놈에 대해서 과대평가를 하고 계신 듯하오만, 애초에 그놈은 그런 부류의 인간이오"
" 어차피 무슨 사건으로든 그놈의 이름이 신문에 날 거요. 내가 장담하지"<p.89></strong>




지진 재해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던가, 영업이 중단된 가마이시 시내의 어느 은행 ATM을 쇠지레로 부수려다가 체포된 남자 이름이 조간신문에 났다. 막대로 찔러도 새끼 뱀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히아사가 그 남자의 동포라는 것에 든든함을 느꼈다.<p.91>


그러나 '나'는 여전히 히아사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 사람마다 때론 나를 전혀 다른 사람처럼 판단할 때가 있다.
어떤 이는 조용한사람으로, 어떤이는 쾌활하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아마도 그들을 만났을 때의 나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그처럼 영리속 '나' 와 '히아사'도 그런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떻게 다를까?
화자'나'가 생각하는 히아사와 아버지가 생각하는 히아사 또한 다르다.
그렇다면 어느것이 히아사일까.
히아사의 형 가오루가 본 동생은 어떤 사람일까?

그 모든 것이 합쳐진 것이  '나 '이고 ' 히아사' 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