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쳐 -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 장하석 교수 추천 과학책
션 캐럴 지음, 최가영 옮김 / 글루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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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강한 환원주의(물리주의)적 입장이 아닌 자연(물리적 대상)과 인간의 가치 체계를 구분하는 온건한 환원주의를 스스로 시적 자연주의라고 명명하며 그에 기반한 세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서술해 가고 있다. 전반부는 자신의 시적 자연주의가 코어 이론을 중심으로 베이즈 추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그에 따라 현대 과학에 대한  설명을 한다. 후반부가 이 책의 특징적인 부분인데 바로 인간의 가치 체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부분이다. 인지 과학(인식론)과 윤리학의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의견들이 나름 풍부한 분석철학의 배경 지식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철학적 시야가 대부분 그가 대학 시절 배운 미국 언어분석철학으로 제한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당시 패러다임의 유행하던 사고 체계에 묶여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그는 과감하게 당시 분석철학들의 문제들에 대해 나름의 논평도 펴는데 존 설의 중국어 방 실험에 대한 논박은 훌륭하나 나머지 문제들에 대한 논평들은 열의는 좋지만 기본적인 논리적 오류에서 나오는 잘못된 내용들이다. 아울러 끝부분의 윤리학에 대한 그의 글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나름 자연과학과 인문학(철학)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소개한 후 마지막에 나름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펴면서 끝맺고 있으나 나로서는 그의 책이 방대한 분량과 열의에 비해 별다른 특징이 없는 일반적인 내용에 머문 느낌이다. 그가 말하는 시적 자연주의라는 것은 사실 제한된 환원주의에 다름아니고 이는 대체로 오늘날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자연관이다. 나쁘게 말하면 겸손한 현실 수용적 불가지론의 학술적 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욕심같아서는 저자가 대륙철학과 형이상학과 미학(예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있었더라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의 책이 되었으리라는 느낌이다. 결과적으로는 미안하지만 용두사미라고 냉정하게 평가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교양 과학 서적에서는 볼 수 없는 풍부하고 수준 높은 철학의 문제들(특히 분석철학의 인식론과 윤리학)을 다루고 있기에 특히 이 분야에 대해 낯선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지적 흥미와 자극을 주기에 충분한  보기 드문 양서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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