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
케빈 워릭 지음, 정은영 옮김 / 김영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사이보그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나는 "네"라고 대답한다.

사이보그는 안드로이드와는 구별되며 로봇과는 더더욱 다르다.

사이보그는 무한한 인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사이보그야말로 인간이 여태껏 경험한 어떤 변혁보다도 더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인간 생활의 모습과 가치관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될 것이란 말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커다란...

아마도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서 묻던 가치판단이 달라질 것이며 인간은 더이상 인간다운 삶에 대해서 동의하는 바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어제의 약골은 내일의 일인자가 될 수 있다. 적어도 물리적인 인간의 능력은 100% 후천적으로 얻게 되는 기계적 형질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스마트 칩이 몸 속으로 들어옴에 따라 아마도 엄청난 속도의 서비스와 통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인간은 말을 하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 질 것이란 말이다. 또한 모든 신체적 결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므로 수명이 늘어나며 노인과 젊은이의 신체적 차이가 사라지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경험과 지식이 더 쌓인 노인이 주 생산층이 될지도 모른다. 실버산업과 노후복지는 전부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교통수단을 비롯한 기존의 기계와 로봇은 전부 내 의지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고 이는 몸이 온갖 육체적 노동으로부터 해방됨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몸의 퇴화는 사이보그화를 통해 생물적인 요소가 점점 줄어들 것이므로 다이어트 산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비만으로부터의 해방은 쉽게 이뤄지는 것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또한 수중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인구포화 문제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구증가와 출산률감소의 문제에 대해서는 예상하기가 힘들다. 인구의 수명이 무한히 연장되지 않는다면 노년계층은 엄청난 경험과 지식이 쌓였지만 실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한부인생이나 다름없기에 그들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곧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귀중한 지적 재산이 될 것이다. 만일 육체의 사이보그화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 출산률은 특별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적다면 후대를 위한 지적재산의 생산에 힘을 쓰게 될 것이므로 출산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인간의 뇌에 이식된 언어팩키지에 따라 모든 생각은 언어가 다르더라도 무리없이 전달될 것이며 인간은 교육의 유무에 상관없이 전세계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시대의 지적 산물들도 다운로드를 함으로써 간단히 기억되며 기억 능력의 대폭 확장으로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간 간의 지적 능력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꾸준한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심층적인 사고들, 즉 창의력, 종합력, 분석력 등과 같은 곳에 국한될 것이지만 이 차이는 절대 무시못할 것이다.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잘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이냐는 여기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지금까지 소중하게 여기던 인간적인 가치들, 그 중 인간의 기계화를 통해 파괴될 가치들에는 느림의 미학, 여유, 불합리성에서 오는 즐거움, 부조리 역시 삶의 일부분이라는 생각 등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이보그로 진화할 것을 원한다. 나는 미래가 궁금하다. 나는 미래를 보고 싶다. 미래를 살고 싶다. 인간 본연의 소중한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난 새로운 진화의 패러다임으로써 사이보그화를 지지한다. 증폭된 인간의 새로운 능력이 가져올 수많은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물론 고찰과 조율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를 두려워하여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은 장렬하게 최후를 맞아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과연 언젠가는 멸종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아니면 한계를 벗어나 바다로 우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미래에는 인간도 지구상에 존재했던 순수한 지적생명체의 한 종에 불과할 것이다. 인간이 종으로서의 자연적인 개체수를 확장해 나갈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반드시 인간으로서의 진화를 고집할 이유 또한 없다. '호모사이보그'. 인류는 새롭게 진화해나갈 것이며 언젠가는 현생 인류와는 그 뿌리를 의심할 정도로 달라져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우리 모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어느 미래에서 과거의 우리의 모습을 공부하고 있을 수백만, 수천만년 후의 후세인류???를 위해서라도 옳지 않다. 생물은 필연적으로 진화해나가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인류가 새롭게 진화해나갈 사이보그화는 당위적일 수 있는 것이다.

 

 

케빈 워릭은 나에게 이 생각들에 대한 직접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의 실험결과들과 그의 호기심과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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