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랑이란 시선 시인선 7
정일근 지음 / 시선사 / 2007년 7월
품절


여름비


은현리 대숲이 비에 젖는다
책상 위에 놓아둔 잉크병에
녹색 잉크가 그득해진다
죽죽 죽죽죽 여름비는 내리고
비에 젖는 대나무들
몸의 마디가 다 보인다
사랑은 건너가는 것이다
나도 건너가지 못해
내 몸에 남은 마디가 있다
젖는 모든 것들
제 몸의 상처 감추지 못하는 날
만년필에 녹색 잉크를 채워 넣는다
오랫동안 보내지 못한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사람
푸른 첫줄 뜨겁게 적어놓고
내 마음 오래 피에 젖는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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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랑이란 시선 시인선 7
정일근 지음 / 시선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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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유한하고 삶도 유한하니 무량수를 산다면 사랑도 시도 '지겨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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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한국의 서정시 (시학) 44
정일근 지음 / 시학(시와시학) / 2006년 8월
품절


사는 맛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은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독 맛
그 하나라도 독으로 먹어 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은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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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한국의 서정시 (시학) 44
정일근 지음 / 시학(시와시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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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이 아파봤으면 이런 시들을 빚으셨을까.. 그 슬픔에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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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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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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