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랑이란 시선 시인선 7
정일근 지음 / 시선사 / 2007년 7월
품절


여름비


은현리 대숲이 비에 젖는다
책상 위에 놓아둔 잉크병에
녹색 잉크가 그득해진다
죽죽 죽죽죽 여름비는 내리고
비에 젖는 대나무들
몸의 마디가 다 보인다
사랑은 건너가는 것이다
나도 건너가지 못해
내 몸에 남은 마디가 있다
젖는 모든 것들
제 몸의 상처 감추지 못하는 날
만년필에 녹색 잉크를 채워 넣는다
오랫동안 보내지 못한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사람
푸른 첫줄 뜨겁게 적어놓고
내 마음 오래 피에 젖는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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