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은현리 대숲이 비에 젖는다책상 위에 놓아둔 잉크병에녹색 잉크가 그득해진다죽죽 죽죽죽 여름비는 내리고비에 젖는 대나무들몸의 마디가 다 보인다사랑은 건너가는 것이다나도 건너가지 못해내 몸에 남은 마디가 있다젖는 모든 것들제 몸의 상처 감추지 못하는 날만년필에 녹색 잉크를 채워 넣는다오랫동안 보내지 못한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사람푸른 첫줄 뜨겁게 적어놓고내 마음 오래 피에 젖는다 -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