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0kg이다 - 100kg 비만 여성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지키는 이야기
작은비버 지음 / 싸이프레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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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익숙한 따뜻한 그림체

언젠가 행사에서 만난 적 있는 빵요정 작가님이었다​

인스타에 업로드된 웹툰을 종이 책으로 엮어서 냈다

지금도 작가님 인스타에서 같은 만화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기다린 이유를 뽑자면

- 이제는 10장 분량에 옆으로 밀면서 보는 웹툰에 질렸다는 점

- 오랜만에 한 장씩 손으로 넘기면서 만화를 보고 싶었다는 점


나도 어느새 20대 중반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커리어도 없고 대학교 졸업 앞두고 이제 시작이라지만

정해진 미래가 없다는 게 무섭다

저 사람에게 맞는 옷이 있듯, 나한테도 맞는 옷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입고 싶은 옷 대신 맞는 옷을 고르며

실망과 안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요즘은 오프라인에서 옷가게는 친구랑 가는 경우밖에 없다

나도 옷 사는 일에 실패하는 게 너무 싫어서 그냥 구경만 하는데

작가님의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속상해하다가 왜 속상한지 고민해 봤는데

내가 늘 보던 라인은 I라인이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그러면 D라인을 자주 보면 안 속상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옷 사는 일에 스트레스 받은 걸까?

이것 역시 작가님의 말에서 다시금 깨달았다


마른 사람이 흘리는 건 '땀'이지만

뚱뚱한 사람이 흘리는 건 '육수'라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둥글둥글한 그림체에도 작가님의 한 줄 글에

읽는 나도 나의 일이 떠올라서 상처받는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나만큼 혹은 나보다 뚱뚱한 사람을 찾는다

내가 평가 당하다 보면 남을 평가하게 된다 그게 익숙하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길거리에서 찾는 건 아닌데 주변 지인들에서는 찾게 되는 것 같다

몇 번 이런 생각이 반복되니 내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오히려 내 자존감이 떨어져서 그런 생각을 안 하게 피했다


내가 좋지 않은 대접을 받았을 때

'내가 뚱뚱해서 그런 건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를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점점 생각하게 된다


내 사고방식에도 저런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문제라는 건 알지만 정말 고치기 어렵다

10~20대에 살을 빼지 않으면 실패한 것처럼 여긴다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

'살이 저렇게 찔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한 게으른 사람'

사람들은 벌써 내가 크나큰 실패를 했다는 듯 안타까워한다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마른 몸을 간절히 원했다

그게 정답인 줄 알았으니까

지금은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원한다


저 말을 똑같이 들은 적이 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아무것도 안 해도 마르고

누구는 100g 빼는 데도 어려운 거라고

그렇지만 세상이 저렇게 생각한다고...

가볍게 그렸던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

많은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속상했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자신의 몸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쏟아지는 관심과 공감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했다

언젠가 이 만화에 그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처럼 언젠가 나도

이 책에 공감하지 못하는 때가 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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