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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에 대한 감동이나 예찬은 우리가 살던 지역이 아니기에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는 법. 임경선의 이 에세이는 그 선을 넘었다. 지나친 칭찬 일색이다.
가령 서점을 찾기 위해 그 동네 주민에게 길을 묻는 것은 주민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니 반드시 서점에 전화를 걸어서 길을 물어봐 달라는 일본 한 서점의 안내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웃에게 불편함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책을 사랑하는 이웃 주민들부터가 동네 서점을 아껴주길 바라는 마음.'
이 말 자체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좀 의문이었는데, 길을 묻는다는 것조차도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인가 싶어서다. 이처럼 좀 냉정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교토의 정서에 대해 작가는 마치 사이비 신도처럼 물음표 하나 없이 그저 감동하고 신나게 받아들인다. 이런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냥 태생이 교토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교토 화류가에서 흥을 파는 게이코 이야기에서는 그냥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엄격한 훈련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어찌 보면 조선 시대의 기생과 비슷하면서도 남자들을 즐겁게 해 주는 역할 아닌가. 작가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신비롭고 고고한 여성성의 전통을, 천 년 고도 교토를 배경으로 오롯이 지켜나간다'고 아름답게 마무리하였으나,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곳에서 탈출한 한 여성이 게이코의 실상에 대해 폭로한 적이 있다. 겉으로만 그렇지 그곳에 오는 남자들은 일반적인 룸살롱 여자 다루듯이 한다는 것. 그 기사를 보며, 게이코 문화에 대해 칭찬 일색을 늘어놓던 작가의 이 이야기가 계속 생각이 났었다.
그렇다고 교토의 정서와 문화를 내가 싸잡아 비판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문화에나 배울 점과 본받을 점이 있고, 이 책에 나오는 교토의 문화 역시 내가 깨닫고 좋다고 이해하는 부분이 많다. 다만 작가는 우리는 갸우뚱하며 이해하기 어려울 만한 문화에 대해서까지도 위에서 표현한 것처럼 사이비 신도 마냥 무한 예찬만 늘어놓을 뿐이다. 조금만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묘사했더라면 좋은 여행 에세이가 되었을지도 모르나 자기 감정에 치우쳐서 오히려 교토의 좋은 면면까지도 흐려지게 만드는 기적의 글솜씨를 보여주었다.
여담으로 그동안 임경선 작가의 책은 다는 아니지만 여러 권 읽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이 작가는 '극과 극'이라는 것이다. 어떤 책은 뭉클할 만큼 내용이 좋고 잘 썼는데, 어떤 책은 이게 뭔가 싶을 만큼 기가 찬다는 것이다. 어떤 책인지는 하나하나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런 책도 출판을 해주고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책값도 어이가 없었다. 별 내용도 없는 것을 양장본으로 만들어서 높은 가격에 팔아 독자들은 혼란이 오고 혹평 일색인데, 작가 혼자만 좋다고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이 책도 후자에 속한다 (다만, 양장본도 아니고, 책값에 불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후기를 적는 것은 사실 이 책은 못 쓴 여행기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지나친 감동과 예찬 때문에 도리어 책 전체를 망쳤다는 점이 영 맹점이 되었고 아쉬움이 들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