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23인의 출판 편집자들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집자의 세계> 라는 소제가 나온다. 편집자는 아니었지만, 가까이에서 편집자들을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보통 솔직한 것이 아니겠구나'하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왠걸. 정말 솔직하게, 그래. 아주 적나라하게 잘~썼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쪽 일을 하지 않는 나인데도 왜 이렇게 내 이야기처럼 얼굴이 불거지고, 손이 오그라들던지...그만큼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출판사며, 편집자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편집자에 멀티플레이어다. 작가를 만나고, 책의 방향을 의논하고, 수정하고, 고치고, 심지어 회식자리까지. 일의 연장선상이 될 수 있는 그들을 생각할 때, 좋게 말하면 대단한. 솔직히 말하면 '노가다 일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도'노가다 일꾼'은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노가다'속에 그들의 땀과 열정과 즐김이 있는 '행복한 노가다 개미 일꾼'라는 생각이 든다. '개미 일꾼' 개미는 티 안나게 일을 참 잘한다. 여기있던 과자 부스러기가 어느새 저만치 가 있는 걸 보면 정말 '어라' 생각될 때가 많았다. 편집자라는 직업이 그렇다. 겉으로는 티 안난다. 책의 메시지는 작가가, 포장은 디자이너가,교훈은 독자가, 편집자의 몫은 없어보이단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람이 편집자다. 원고의 방향부터 표지까지 그들의 손이 안닿는 곳은 없다. 그런데 왠만해선 그들의 노고를 생각해 주는 이 없으니, 참말로 개미 일꾼같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읽은 후 오래도록 독자의 가슴에 남는 감동은 아마 편집자의 정성과 열정이 활자라는 전파타고 독자에게 전해 오는 것이 아닐까. 독자는 책의 어느 한 구절에 꽂히기도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액자처럼 머리석에서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후자의 경우, 편집자의 역할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나를 철들게 하지 마라' 책 속 한 편집자의 말처럼 나는 편집자들이 평생 철이 안들었으면 좋겠다. 오로지 책이 좋아, 아니 사람이 좋아 모인 그들이 평생 철들지 않고, 지금처럼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 냄새나는, 프로페셔널한 멋진 아가(=책)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새로운 아가를 생산하기 위해 밤을 새며 눈 빠지게 책을 뒤적거리고 있을 편집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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