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흐른다
송미경 지음, 장선환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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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어요. 수채화 느낌의 표지에 마음이 일렁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뒤돌아선 주인공에게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나’는 아침마다 강가를 걷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강물을 들여다볼 때도 있지요. 아마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을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나요. 곧 수업이 시작될 텐데 ‘나’가 강물 속으로 뛰어 들거든요.

여기에서부터 굉장히 흥미진진해집니다. 여전히 강가에 서 있는 ‘나’와 강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서로 다른 존재일까요? 그때부터 ‘나’는 강물 속에서 헤엄치는 ‘나’가 신경이 쓰입니다. 어쩌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계속 그 생각뿐입니다. 강물은 겉으로 보면 잔잔하지만 수없이 많은 물결이 부딪치고 흐르지요. ‘나’는 강물 속의 ‘나’에게 돌아오라 말합니다.

일상의 루틴을 지키며 학교에 가야 하는 ‘나’도, 가끔은 일탈하고 싶은 ‘나’도 모두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일 뿐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알 것 같아요. 청소년 시절 나도 그랬으니까요. 모순된 여러 개의 자아를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웠거든요. 다행입니다. 강물 속의 ‘나’를 바라보는 세 번째 ‘나’가 강물로 풍덩 뛰어듭니다. 강물에서 ‘나’는 실컷 웃고 자유롭습니다.

나만의 고유한 시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나’에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강물 밖에서는 마음껏 웃어본 적이 없다는 ‘나’의 고백이 안타까워요.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강물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세계가 아닐까요. 이 그림책은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읽어야 고요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내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마음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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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먹는 법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00
전병호 지음, 송선옥 그림 / 봄봄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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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사과가 흐드러지게 열린 사과나무 가지를 보며 한 아이가 흐뭇하게 웃는다. 사과를 좋아하는 건 아이만이 아닌가보다. 바닥에 굴러 떨어진 탐스러운 사과들을 보며 곤충들이 신나게 파티를 벌인다. 어떤 사과부터 먹을까? 큰 사과, 작은 사과? 싱싱한 사과, 시든 사과? 무엇을 먹을지도 즐거운 고민이지만 어떻게 먹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곤충들이 사과를 먹기 위해 저마다 애쓰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다양한 방법을 떠올려본다.

곧 가을이 다가온다. 사과를 먹을 수 있어 유난히 더 기다려지는 가을이다. 올 가을에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사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지 이야기 나눠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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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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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자꾸만 눈물이 차올라서 혼났어요. 자칫 무겁고 조심스러울 수 있는 주제인 '죽음'에 대하여 아이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동화입니다. 어른인 제가 위로 받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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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인생그림책 21
이순옥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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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어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는 놀라운 식물의 존재를. 네이버 국어사전 앱을 열고 ‘틈’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라는 뜻 외에도 ‘어떤 행동을 할 만한 기회’라는 뜻이 있었다. 그렇구나. 누군가에게는 뿌리를 뻗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살아남을 기회일 수 있겠구나.

이순옥 작가의 신간 그림책 『틈만 나면』은 도저히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곳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식물들을 하나하나 호명한다. 표지를 열면 갈라진 시멘트를 표현한 앞 면지가 보인다. 뒷면지에서는 그 틈으로 기어이 비집고 나온 초록빛 식물들을 볼 수 있다. 흑백 세상 속에 오직 이 식물들에게만 색채를 부여해준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보도블록 틈새, 하수구 구멍, 전봇대와 벤치 아래, 아슬아슬한 지붕과 담장 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도, 사람들의 발걸음과 자전거 바퀴에 짓밟혀도, ‘틈만 나면’ 공간을 점유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물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작은 틈이라도 뭔가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 꺾이지 않는 삶의 의지,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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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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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백 살이 되면』은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 그림책은 볼 때마다 느낌이 계속 달라진다. 처음에는 죽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 깨고 싶지 않은 긴 잠을 삶이 끝난 뒤의 영원한 휴식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죽으면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하던가. 그림책 속 화자는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사라지고 외부와 연결되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현실 너머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곳에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쉬고 있다. ‘빛을 받고 뿌리를 뻗으며’ 나무가 되는 상상. 단잠에서 깨어나도 여전히 한낮인 그곳. 온 가족이 나를 둘러싼 가운데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누구나 꿈꾸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 나의 임종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낮잠 자듯 고요하고 편안하게.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차라리 눈을 뜨고 싶지 않겠지. 그럴 때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말은 절망과 탄식에 가깝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흔들어 깨울 수 없는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다. 황인찬 시인의 시와 서수연 작가의 그림이 만난 이 그림책은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의 느른한 잠자리를 닮았다. 한잠 푹 자고 나면 개운해질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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