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복덕방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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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드립니다. 까치 복덕방! 새해를 맞아 반갑게 만나본 국지승 작가의 새 그림책 『까치 복덕방』은 오늘날 투기 대상이 된 부동산 개념이 아닌 본래적인 집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도 복덕방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복덕방 간판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구름산 너머의 까치 복덕방은 언제나 따뜻한 차와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누구나 환영하지만 특히 바둑을 둘 줄 아는 손님은 더더욱 반겨준다.

“누구에게나 집이 필요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집 말이에요.”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두더지 씨에게는 지하 10층의 깜깜한 집을, 돼지 삼 형제에게는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는 벽돌집을 구해주는 등 손님에게 필요한 집을 찾아주는 까치 주인장. 삶의 시작과 끝에 동행하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바다를 떠나 숲에 머물게 된 늙은 거북의 한평생을 ‘여행’으로 비유하며 그 여행의 끝을 무지개다리에서 배웅한다. 모든 생명이 마지막 머물 ‘집’은 죽음일까.

늙은 거북이 떠난 그날 새로운 생명이 까치 주인장을 찾아온다. 별이 떨어진 자리에서 데려온 정체 모를 씨앗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화분에 심어도, 근사한 집을 찾아주어도, 이 씨앗은 좀처럼 가만히 있질 않는다! 씨앗과 까치 주인장의 집 찾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지며 마침내 이 씨앗이 찾은 종착지가 어디인지 밝혀지는 순간 또 한 번 뭉클한 감동에 젖게 된다. 최초의 집.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그곳. 엄마의 ‘자궁’이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있다. 간절한 기다림으로 아기 만날 날을 기대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곧 좋은 소식이 올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집을 중개하고 매매하는 일이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고, 구름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길을 찾아온 우리 각자의 삶과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릴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부동산 거래가 복과 덕을 나누는 일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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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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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극작가, 전기 작가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나치가 정권을 잡자 오스트리아를 떠나 런던으로 피신했다. 이후 뉴욕으로 갔다가 브라질로 망명했지만 깊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1942년 아내와 동반 자살로 생을 마쳤다. 최근 발간된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의 부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으로,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미공개 에세이 9편을 묶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치즘의 광풍이 몰아친 어두운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을 찾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에는 일정한 거주지 없이 마을의 온갖 허드렛일을 돕는 안톤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작가는 안톤을 통해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 대신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여유에 대해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행을 느끼는 건 대부분 더 많이 갖지 못해서다. 그런 점에서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타인에게 베풀 줄 아는 안톤의 모습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나에게 돈이란」에서도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처형되던 역사적 순간을 외면하고 센강에서 유유자적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작가는 그러한 대중의 무관심에 분노했지만 생각을 달리한다. “이 시대의 대다수는 역사가 아니라 언제나 오직 자신의 삶(p.54)”을 살며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 사방에서 벌어지더라도 일상생활은 평범하게 계속 이어진다(p.55).”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온갖 뉴스를 보면 피로감이 느껴진다. 깨어있는 민주 시민의 의식과 행동이 세상을 변혁하지만 작가가 깨달은 통찰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안위를 위해 불의에 눈감을 수는 없다.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에서 그는 학창 시절 친구를 위해 나서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다(p.33)”는 것을 되새긴다. 자유를 빼앗긴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느낀 절망과 분노가 「거대한 침묵」 등에서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다. 왜 당신은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삶을 버렸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다. 곡진한 글들은 사실 어떻게든 견디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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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울은
김선남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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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입동이 지나고 나날이 기온이 떨어지는 요즘. 아직은 따뜻한 한낮의 햇볕이 위로가 되지만 머잖아 코끝 에이는 차가운 공기가 움츠러들게 할 것이다. 겨울을 앞두고 매년 이 즈음이 되면 약간 비장해지곤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겨울이기 때문이다. 일단 추운 건 질색이고 무채색뿐인 생기 없는 풍경도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게다가 눈이라도 오면 온 세상이 질척거리고 길이 미끄러워진다. 열거하고 나니 확실히 알겠다. 나 진짜 겨울 싫어하는구나.

내게 겨울은 봄이 올 때까지 견뎌야하는 시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선남 작가의 신간 그림책 『나의 겨울은』을 펼치며 나 말고 다른 누군가의 겨울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에서 눈치 챘듯 자연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첫 페이지는 여름의 끝자락. 나무에겐 그때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한다. 초록 잎 사이사이 겨울눈을 내밀면서. 그밖에 나비, 꿀벌, 어치, 고라니와 청설모, 제비, 기러기 등 많은 동물들이 겨울을 기다린다.

겨울은 말 그대로 ‘준비’가 필요한 계절.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나무는 겨울을 ‘머무른다’고 표현한다. 함께 있게 하고 때로는 정신없이 휘청이게 하고 지난날을 그리워하게 하지만 무엇보다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 마지막 페이지가 뭉클하다. 겨울은 ‘성장’하게 한다. 나무뿐만 아니라 모두를. 매년 나이테를 하나씩 새로 새기는 나무처럼 이번 겨울 나는 어떤 ‘성장’을 이룰지 고민해야겠다. 춥고 두렵기만 한 겨울이 아니라 봄을 꿈꿀 수 있어 설레고 함께 있기에 감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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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이마음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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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음의『사람의 심해』는 독특한 설정을 가진 작품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 중인 ‘소정유’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귀향한다. 정유의 가문은 여러 대에 걸쳐 ‘소가수산’을 운영 중으로 온 일가친척이 가업에 매달려 있다. 소가수산이 번성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누군가 죽으면 시신에서 수산물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신은 매장되지 않고 지하 수조에 보관되어 소가수산의 부와 권력에 ‘이용’된다. 이러한 현실이 끔찍해 고향을 떠나지만 서울 생활도 만만치 않다. 인간을 존중하지 않고 착취하는 구조는 소가수산뿐 아니라 어디에나 있다. 이 소설은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고 오히려 시신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가문과 중소기업의 비인간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그린다.

p.90
“산 사람이자 타인의 고통을 등지고 생활하는 것보다는 가족의 죽음을 밑받침 삼아 삶을 잇는 게 나았을까? 정유는 산 사람을 이용하는 것과 죽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질이 나쁜 행위인지 알 수 없었다.”

소가수산의 거대한 지하 수조, 산업재해를 외면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묘사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 기시감이야 말로 이 소설이 던져 주는 진정한 공포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사회가 바로 지하 수조이자 중소기업의 생산 라인이기 때문에. 살인 게 떼의 출몰은 그렇기에 잔혹하고 서글프다. 가주이자 정유의 오빠 정민이 변화를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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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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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로 아쉽고 장편소설이 부담된다면 중편소설의 호흡이 딱 적당하다. 황금가지에서 7편의 중편소설을 각각의 단행본으로 출간한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시리즈를 출간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한 권씩 골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도 편하다. 월요일로 시작되는 첫 번째 소설은 전건우 작가의 『엘리게이터』.

크로커다일과 엘리게이터에 대한 비교로 시작된 이 소설은 진짜 악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소설 속 주인공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통마비로 전신마비환자가 된 청년으로, 의붓아버지를 ‘엘리게이터’에 비유한다. 날마다 어머니를 구타하고 자신을 조롱하는 엘리게이터를 보며 매 순간 절망과 분노를 느끼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무력해한다.

의붓아버지의 끔찍한 정체가 밝혀지고 시시각각 생존의 위협을 겪는 주인공의 처지에 목이 조여 왔다. 왼손만 겨우 움직일 수 있어 죽음을 바랐던 그가 간절히 삶을 희망하기까지. 죽지 않는 엘리게이터, 시체 썩는 냄새, 아사의 공포, 수해로 인한 침수와 산사태의 위험 등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과연 그는 신체적 제약을 딛고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빌런인 엘리게이터의 존재보다 주인공에게 닥친 여러 상황과 거기에 대한 묘사가 더 두려웠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 없이 전신마비환자 홀로 남겨진 반지하라는 공간. 더위, 냄새, 파리 등 시각, 촉각, 후각을 자극하는 온갖 불쾌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엄습해 왔다. 실제인 듯 환각인 듯 끊임없이 ‘통나무’라 조롱하며 나타나는 죽지 않는 엘리게이터의 악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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