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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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푸조의 <대부> 3부까지 읽고 (2024년 3월 11일)

소설 <대부>(마리오 푸조/늘봄)를 읽었다. 영화 <대부>는 본 지가 하도 오래 돼서 (그리고 얼마나 봤는지 모르겠다)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흥미롭게 보았던 걸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소설은 첫 장부터 흡인력 있게, 그리고 빠른 전개로 흥미진진하게 읽어져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 이민자인 대부 ‘돈 코를레오네’와 소설 속 인물들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주인공 대부의 행동에 반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명언처럼 들리는 데다가 분명히 거대한 미국의 마피아세계의 두목(보스)이고 범죄자인데도 불구하고 그 ‘주인공’에 매료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사건 중심의 빠른 전개와 개성 있는 인물 등 흥미로웠다.

지하세계(마피아)의 최고 권력자 돈 코를레오네는 12살에 아버지가 마피아의 총에 맞아 처참하게 죽은 뒤에 보복이 두려워 모친은 그를 미국으로 보내는데, 힘들게 정착하는 과정에서 그를 비롯해 주변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돈을 갈취하고 약자들을 괴롭히는 이웃 사람 ‘파누치’를 제거하면서부터 점점 범죄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그에게 찾아오고 도움을 주면서 자기 일처럼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런 가운데 타고난 감각과 사업수완을 발휘해 사업을 확장하고 암흑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미국 뉴욕 최고의 마피아 최고권력자가 된다.

주인공은 권력과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데다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며 움직이는 숨은 권력자다. 대부는 또 자기 사람들을 철저하게 챙기고 선행을 베풀고 우정을 중요시하고, 자기한테 부탁하는 사람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또 자기와 자기 사람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지킨다. 그는 분명 범죄자인데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면서 소설속에 빠져든다.

자기 목적을 위해 상대방을 이성적이고도 냉철하게 설득하고, 그 제안을 거절할 때는 제거하는 폭력성과 잔인함을 보인다.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 대부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가 행하는 불법이 그의 선행에 매료되고 희석되어서 범죄 행위가 덮이는 것 같다. 그가 사람들에게 선을 베풀고 우정을 소중히 여기며 힘든 일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의 원한을 대신 갚아주고 그들의 일을 자기 일처럼 해결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오는 사람을 결코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거나 자기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따위의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상대가 그의 친구가 아니어도 되고, 자신에게 사례금을 낼 처지자 못 되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면 그는 충분했다. 스스로 그에 대한 우정을 맹세하는 일이었다. 그렇게만 하면 아무리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돈 코를레오네는 진심으로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준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놓인 어떤 장애물도 제거해 준다.

그는 우정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부탁도 들어준다. 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수치심을 갖지 않도록 따뜻하게 마음을 써주고 용기 있는 말을 해주기도 한다. ‘그는 자기 세계와 자기 사람들을 아버지처럼 보살폈’고 ‘상대가 가난뱅이건 부자이건, 권력이 있건 없건 똑같이 반갑게 맞이’하고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것은 그의 성품’이었다.

대부는 분명 나쁜 놈인데 왜 이 인물에 매력을 느낄까. 암흑계의 대부, 마피아란 말만 들어도 사실 무시무시하다. 그런데도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 ‘대부’는 그 모든 걸 잊게 만든다. 그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내치는 법이 없고 선행을 베풀고 악을 대신 제거하는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감정이입이 되는 것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그의 말 한 마디의 엄중함(?)과 카리스마 있는 행동이 그가 암흑계의 사람이란 사실을 잊게 만든다.


소설의 1부에 대부 ‘돈 코를레오네’의 딸의 결혼식 장면을 길게 서술하고 있다. 대부의 딸 결혼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청첩장을 받고 신부의 결혼식에 온갖 선물과 돈봉투를 가지고 하객들이 찾아오는데 그 중에는 대부한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줄을 잇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다. ‘딸의 결혼식 날에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게 시칠리아의 풍습’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이다. 12살 이후로 끊임없이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온 대부는 이들의 힘든 부탁을 들어준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해결할 길도 없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대부 돈 코를레오네와 오랜 우정을 나눠왔고 그의 밑에서 오른팔 노릇을 했던 젠코 아반단도가 암투병 끝에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을 때의 장면이었다. 병문안 온 대부한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대부님, 대부님…나 좀 살려주시오…당신에겐 힘이 있잖습니까? 불쌍한 내 마누라가 울지 않도록 해주세요. 우린 어릴 적 친구가 아닙니까? 난 지은 죄가 있어서 지옥에 떨어질 텐데 나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겁니까?” “오늘이 따님 결혼식이니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겠죠?” 대부 돈 코를레오네의 힘이 얼마나 크고 또 그를 믿고 따랐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대부한테 애원하고 하소연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정치, 사회적인 온갖 불법과 살인, 범죄, 권력 간의 연결고리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설 <대부>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의 두 얼굴, 특히 미국사회의 민 낯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설 맨 앞장에 “거대한 부 뒤에는 항상 범죄가 있다”는 발자크의 말을 적어 놓았듯이, 미국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 만연해 있는 사회악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또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자연히 궁금해진다. 어떻게 마피아의 세계를 이토록 실감나게 적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소설 속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실제 인물들처럼 그려낼 수 있었을까.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지 않고는 이토록 실감나게 쓸 수 없을 것 같았고 궁금해진다. 책 뒤편 ‘해설’에 보면 작가 ‘마리오 푸조’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45세의 푸조는 친척들과 도박장 주인들에게 2만 달러이 빚을 지고 있어 불안한 날들을 보내는 가운데 출판사에 선수금을 받고 소설을 썼고 또한 영화사에 팔았다. 순수 문학 작품을 대표하는 초기 두 작품을 썼지만 좋은 평은 받았으나 수입은 꽝이었고 그는 돈을 위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한편의 소설이 그를 백만장자로 만들어 주었고, 소설은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67주나 올랐으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혀졌고 무일푼의 작가 푸조를 국제적인 명사로 만들어주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자신이 좋은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자책했다고 한다.

‘타고난 냉소주의자였던 푸조는 <위대한 맥긴티>에 등장하는 인물의 말을 인용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만일 당신이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면 정치적으로 최하층민이라는 증거다”. 악의 보편성…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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