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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틀 스타일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은행나무에서 젊은 감성들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노벨라 시리즈를 출시한다고 한다. 그 첫번째로 배명훈 작가의 가마틀 스타일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노벨라는 소설을 뜻하는 novel과 가볍다는 뜻의 light의 합성어인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시대가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살아남기 위해해야 할 것들이 많기에 이렇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나온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내의 빡빡한 삶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
책은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은 포켓북의 모양을 띄고 있어 테이크아웃 소설이라고 불리기에 아주 적합한 휴대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테이크아웃 커피가 저렴한 가격에 진한 향을 풍기듯 이 책도 가볍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기계적인이라는 이미지는 뭔가 정확하고 오차가 없는, 즉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을 말한다. 그렇지만 가마틀이라는 이름의 로봇은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에게 내려진 명령인 인간을 멸망시킬 때까지 공격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채 일탈하는 모습을 보인다. 명령에 따르도록 되어있는 로봇과 그 명령을 듣지 않는 로봇, 그리고 인간이라는 이 관계는 우리 인간이 점점 몰개성화되고 돈과 지위라는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어쩌면 로봇이 더 인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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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는건 이기고 있는 쪽도 밀리고 있는 쪽도 아닌, 그저 마음을 지닌 단 하나의 존재일 거라고. 모두의 눈에 그 마음이 또렷이 보일거라고.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기로 한 어느 외로운 전투로봇의 마음이, 마음을 갖고 있는 다른 모든 존재들의 눈에 저녁노을보다 황홀하고 푸른 하늘색보다 아름다운 너무나도 깊고 짙은 인상을 남기게 될 거라고. - p.10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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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차 한 잔과 읽다 보니 어느새 책은 마지막 장에 가까워간다. 이 책을 읽는데 인류멸망 보고서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그 영화의 첫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깨달음을 얻은 로봇과 그 로봇을 경계하는 인간들. 어쩌면 이런 일들이 진짜로 우리 삶에서 일어날 것 같아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주관적인 삶을 사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출퇴근길에 또는 등하굣길에 쉬이 읽을 수 있도록 속도감 있고 가벼운 소설이지만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가격이..... (8천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