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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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작가
김훈
출판
생각의나무
발매
200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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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소설가, 전 신문기자

 

 

출생  1948년 5월 5일 (서울특별시)

가족  딸 김지연, 아버지 김광주

학력  고려대학교 영문학 (중퇴)

데뷔  1994년 문학동네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수​ 2009년 제29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

경력  2002.01 한겨례신문 편집국 민권사회2부 기동취재팀 부국장급

 

 

 

 

  남한산성과 현의 노래를 읽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에서야 칼의 노래를 읽었다. 김훈 작가님의 칼의 노래를 읽는 근 일주일간 많이 외로웠고 허무했다. 때론 가장 두려운 것이 진실과 마주하는 것인데 나는 이 허무한 역사적 진실과 그 끝에 서 있는 한 영웅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웠고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거웠다.

 

  책은 저자 스스로가 이순신이 되어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적과 싸운다. 그의 칼은 겨누어야 할 방향을 잃었고 그의 배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했다. 한 나라의 존망을 손에 쥔 장수가 가늠할 수 없는 적과 대면하고 있을 때의 고독과 허무함은 우리 같은 범인들이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김훈 작가님의 소설은 여운이 많이 남는다. 남한산성에서의 무기력한 인조와 현의 노래에서 가야의 멸망 앞에서 금을 켜는 우륵의 이야기가 그랬다. 어쩌면 그것은 모든 이야기가 끝에서 시작되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기승전결이 없이 결에서 결로 끝나는 이야기 속에 허무와 희망과 고통과 쾌락을 버무려 우리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어 읽는 이로 하여금 명량해협의 전선 위에 떨고 있는 조선의 수군으로 만든다.

 

  三尺誓天(삼척서천) 山河動色(산하동색) 一揮掃蕩(일휘소탕) 血染山河(혈염산하),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강을 새파랗게 떨게 하고 한번 휘둘러 소탕하면 산과 강을 피로 물들이리라는 이순신 장군의 검명이다. 얼마나 적들의 피로 산과 강을 물들이고 싶었을지 나는 그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내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것을 성공이라고 한다면,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곳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정할 수 없고 정해지지 않는 적들과 싸워내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영웅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이순신 그는 진정한 영웅이다. 

 

 

 

우수영에서 내 군사는 120명이었고 내 전선은 12척이었다. 그것이 내가 그 위에 입각해야 할 사실이었다. 그것은 많거나 적은 것이 아니고 다만 사실일 뿐이었다. 다른 아무것도 없었고 그 밖에는 말할 것이 없었다.

                                                                                                - p.58 -

​나의 사지는 내 앞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잘 죽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는 길은 너무 멀어서 끝은 보이지 않았다.

                                                                                                - p.87 -

히데요시가 전 일본의 군사력을 휘몰아 직접 군을 지휘하며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는 풍문 앞에 조정은 무겁게 침묵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면 나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은 나를 풀어준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를 살려준 것은 결국은 적이었다. 살아서, 나는 다시 나를 살려준 적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은 뒤엉켜 있었다. 그 뒤엉킴은 말을 걸어볼 수 없이 무내용했다.

                                                                                               - p.165 -

그 빈 공간과 빈 시간 앞에서, 내 허리에 매달린 칼의 허망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첩보는 지나간 것들의 지나감을 전했고, 바다는 늘 아무 일도 없었다.

                                                                                                - p.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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