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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과 현의 노래를 읽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에서야 칼의 노래를 읽었다.
김훈 작가님의 칼의 노래를 읽는 근 일주일간 많이 외로웠고 허무했다. 때론 가장 두려운 것이
진실과 마주하는 것인데 나는 이 허무한 역사적 진실과 그 끝에 서 있는 한 영웅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웠고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거웠다.
책은 저자 스스로가 이순신이 되어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적과 싸운다. 그의 칼은 겨누어야 할 방향을 잃었고 그의 배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했다. 한 나라의 존망을 손에 쥔
장수가 가늠할 수 없는 적과 대면하고 있을 때의 고독과 허무함은 우리 같은 범인들이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김훈 작가님의 소설은 여운이 많이 남는다.
남한산성에서의 무기력한 인조와 현의 노래에서 가야의 멸망 앞에서 금을 켜는 우륵의 이야기가 그랬다. 어쩌면 그것은 모든 이야기가 끝에서
시작되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기승전결이 없이 결에서 결로 끝나는 이야기 속에 허무와 희망과 고통과 쾌락을 버무려 우리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어 읽는 이로 하여금 명량해협의 전선 위에 떨고 있는 조선의 수군으로 만든다.
三尺誓天(삼척서천) 山河動色(산하동색) 一揮掃蕩(일휘소탕) 血染山河(혈염산하),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강을
새파랗게 떨게 하고 한번 휘둘러 소탕하면 산과 강을 피로 물들이리라는 이순신 장군의 검명이다. 얼마나 적들의 피로 산과 강을 물들이고 싶었을지
나는 그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내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것을 성공이라고 한다면,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곳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정할 수 없고 정해지지 않는 적들과 싸워내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영웅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이순신 그는 진정한 영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