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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형태를 만들어간다. 자신의 형태를 완성해버린 사람들은 남들보단 자신의 의견을
중요시하고 도전보다는 안주하기를 원하고 모험적인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감에도 더 새로운 것에 탐닉하고 모험을 즐기고 사람들과 융화될 수 있다면, 더 가득 찬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100번째 생일을 맞은 노인이 있다. 알란은 백 번째 생일을 맞아 자신이 지내는 요양원 창문을 넘어 탈출하고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사내가 잠시 맡겨둔 돈 가방을 들고 무작정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알란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그가 겪은 일들,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시대별 사건들마다 등장하는 알란은 매 사건마다 그만의 유머러스함으로 그 상황을 즐기고 또
앞으로 나아간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알란이라는 100살 할배의 인생에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대입해놓았다. 책을 역사적 시각이나 진지한 자세로
바라본다면 조금은 불쾌하거나 찝찝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듯이 이 책도 하나의 블랙코미디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알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끝없는 긍정적인 생각과 창문을 넘어 도망칠 수 있는 모험심과 용기가
사람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세가 좋은 일들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고, 나 자신이 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삶의 일부분이고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100살이 될 때 즈음에는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노인정이 아닌 직장을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 현실의 창을 넘어 모험을 할만한 용기는 없더라도 그런 용기를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응원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다. 작가의 허를 찌르는 위트에 웃음 아닌 웃음을 터트리며 알란의 발자국을 뒤쫓다 보면 마음이 상쾌해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