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을 탐구하는 것 만큼이나 굉장히 심오하고 할 말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종족의 번식을 위한 호르몬의 화학적 장난이라고 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우리 모두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사랑이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성별과 나이와 능력등 외적인 조건에 의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여럿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실상 그 사랑이라는 것은 전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도입부는 박범신 작가의 은교를 연상케하는 느낌을 받았다. 교단에서 정년퇴직 후 연구원의 원장으로 부임한 작가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슬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평범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평범한 관계에서 작가는 점점 25살의 슬이에게 평범하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렇게 서툰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글이라는 것은 글쓴이가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많은 감정들을 뇌라고 부르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 본연의 것들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때문에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가슴과 뇌를 분리해내는 많은 사색의 시간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손녀딸뻘의 나이차이를 가진 여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마음에만 충실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는글보다 더욱더 함축적이고 정제되어 순도가 높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때 시보다 더 좋은 표현의 수단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나면 아련한 마음이 든다. 명의가 환자의 아픈 부위를 정확히 짚어내듯이 작가는 누구나의 가슴속에 아플만한 부위를 잘 짚어낸다. 자신이 가장 많이 느껴봐서 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빠지고 또 그 사랑에 아파하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 인류가 가진 숙명인 이상,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가지고 또 그 생각을 행동하기에 이 책은 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