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채인간 - 인간 억압 조건에 관한 철학 에세이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
부채인간
- 작가
-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 출판
- 메디치미디어
- 발매
- 2012.10.01
- 평점
-
리뷰보기 |
개인, 정부, 기업은 하나같이 어느 정도의 부채를 갖고 있다. 소득이 적은 개인들은 빚을 지고 정부보조금에 의존하며 그 정부는 빚을 내어 국민들을 돕는다. 정부의 공공부채로 인한 이자비용이 2007년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 국방예산보다 높은 500억유로(한화 70조원)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저 막대한 이자비용의 원인이 되는 부채비율을 줄일수가 없다.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부채비율을 높혀가고 있다. 물론 경제성장을 위해 적당한 부채를 감수하며 투자를 하고, 그로 인해 경기가 상승하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현상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성장을 이루어낸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주변의 일본이나 유로존의 국가들, 그리고 미국과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책에서 신자유주의는 기업을 기업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요 근래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봐도 연예인이나 정치가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그들의 가치평가와는 무관하게 급상승, 또는 급하락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회사의 의지와 방향성과 관계없이 그렇게 몇일만에 회사의 가치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정도로 우리 세상은 모든 부분이 서로 얽혀져 있다. 저자의 표현처럼 금융화가 옛날 봉건시대에 군주에게 속해지는 상황처럼 거대한 자본의 힘에 의해 우리는 구속당하고 있다.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것이 아닌 그저 쌓여있는 빚을 갚아나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어느 누군가에게는 빚을 지게 된다. 그 빚은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본의 형태의 빚일 수도 있고 물질적이지 않은 무형의 빚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빚은 우리 삶을 통제하고 우리 스스로의 개성을 잃어버리게 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선택의 이끌림이 마치 자신의 선택인양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우리 삶이 불쌍하다거나 참혹한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살면서 조금만 덜 빚을 질 수 있다면, 그래서 조금 더 온전한 내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