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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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눈물이 나다 말다를 반복하다 '아버지에게 갔었어'책을 덮었다.

왜 우리는 엄마, 아빠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왈칵 나는것일까? 저자의 작품중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신경숙 작가의 8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아버지를 주제로 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딸을 잃어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자신것인냥 안고 살던 딸이 어머니의 병원입원으로 혼자 계실 아버지를 보살피러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와의 생활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알게 됨으로써 당신의 아픔은 혼자 견뎌내고 자식의 아픔은 보살펴주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총 5장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이야기는 흘러간다.

1장. '너, 본 지 오래다' 에서는 고향에 혼자 계신 아버지를 보살피러

내려갔다가 가족들이 다 떠난 자리에 계신 아버지는 옛날에 내가 알던 아버지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 20대 중반에 나는 약 5년동안 해외에 나가있었다. 그리고서 2년에 한번 15일간 고향으로 돌아와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다시 나갔었다. 그때 돌아갈때 비행기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그리고 외국에서 아빠와의 전화를 끊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유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결혼을 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지냈는데 그때는 내 나이 30대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5년만에 유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과 같이 생활을 하는데 부모님이 달라보였다. 예전에는 드라마는 거들떠 보지않던 아빠가 엄마랑 같이 드라마를 보시고 계시고, 곱디곱고 여리던 우리엄마는 아줌마가 다 되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엄마도 아줌마 다 됐네" 내가 그렇게 얘기를 하자 엄마는 "예전부터 아줌마였다~"라고 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부모님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의 무서움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아버지의 눈물은 그렇지 않을까? 항상 강해보이고 든든한 우리 아버지. 딸(헌이)은 오랜만에 내려가서 본 아버지의 첫 모습이 울고 있는 모습이라면 얼마나 당황했을까? 아버지가 민망해 하실까 모르는척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2장. 계속해서 밤을 걸어갈때 에서는 아버지의 이상행동과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자식이었던 어린시절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어린나이에 부모와 형들을 다 잃고 갑자기 장남이 되어 누나와 동생을 보살펴야 했던 아버지. 전염병과 전쟁으로 그 모든걸 겪어서 살아낸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 생각해보면 나도 부모님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많이 알지 못한다. 할머니가 해주시거나 해선 듣는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우리들은 우리네 부모님이 처음부터 엄마, 아빠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가만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엄마 아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몰랐을까? 엄마,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곱디 곱고, 사랑스러운 아들, 딸 들이었다는 것을...

3장. '나무궤짝 안에서' 슈퍼를 하던 시절 돈을 넣던 나무궤짝이 그 이후에는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을 넣어두던 나무궤짝이 어느샌가 기억속에서 사라져 어디있는지 조차 가물가물해졌던 나무궤짝안에 아버지는 장남인 큰오빠가 해외근무를 하면서 오고간 편지들을 모아두고 있었다. 아버지와 큰아들의 편지 내용은 그들만 아는 이야기와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히 나타나있었다. 큰 아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한글을 배우러 다니는 아버지. 아버지의 편지의 마지막 말은 항상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업다. 하늘 아래 니가 건강하면 그뿐이다." 그 말 한마디가 우리네 부모님의 맘을 다 표현한 것이 아닐까?

- 결혼을 하고 아빠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아빠가 나나 동생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애들 신경쓰이게 하지말라, 애들 바쁜데 주말에나 해라. 라고 엄마가 그러신단다. 우리 엄마는 항상 그랬다. 항상 나의 컨디션을 챙겨주고, 나의 건강을 챙겨주신다. 물론 아빠도 그렇다. 아빠는 그냥 내가 몸이 안좋으면 화를 내신다. 그 마음 또한 이해를 한다. 그게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4장 '그에 대해 말하기' 형제와 엄마, 아버지의 벗, 조카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어떤 기억은 같은 상황속에 있었어도 왜곡 되기도 하고 조금씩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는 아버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있기도 하다. 둘째로 항상 장남 뒤에 있어야 했던 둘째 오빠의 이야기(아버지의 둘째아들로서의 이야기), 아버지의 부인으로써의 이야기, 아버지의 옛 벗으로써의 이야기, 조카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 아주 어렸을적에 우리 아빠는 딸바보였다. 나는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나도 인정한다. 아들이었던 동생은 어땠을까? 6학년이 된 동생과 아빠는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그때 동생은 울면서 다녔다고 한다.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추억인 것이다. 동생은 없는 아빠와 나만의 기억은 무엇이 있을까? 음... 아빠한테 자전거를 배웠던 기억? 동생과 함께 배운것 같은데... 단둘만의 기억은 바로 떠오르지 않지만 행복했던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5장. '모든 것이 끝난 그 자리에서도' 아버지와 병원을 다니며, 예전에 자신의 보호자였던 아버지를 자신이 보호자가 되어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이다.

잠을 자지 못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동생에게 듣고 잊었다가 일로 핀란드에 갔다가 난생 처음 백야를 겪으며, 잠을 자지 못했던 기억. 그때야 다시 생각하는 아버지의 불면증.

몸은 쉬어야 하는데 뇌가 쉬지 못하는... 밤마다 아버지의 어떤 기억이 되살아나서 공포와 슬픔을 느끼시지...

'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먼 이국의 사람들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데 나는 내 아버지의 말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을 아버지 뇌만 기억하도록 두었구나, 싶은 자각이 들었다.

- 항상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 준 아버지의 외로움에 눈물이 펑펑났다. 그래서 자식이 나이가 들면 아버지의 모습이 외로워보이나보다. 부모는 자식걱정, 자식들은 부모걱정.

아버지의 벗. 박무릉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말이네. 시대와 상황이 앞날을 결정지어버리더라고....

우리네 부모님들이 그러시지 않았을까?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는 그런 시대와 상황이 그들의 앞날을 결정지었고 그 안에서 가족들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를 살다보니 지금에 와 있는 거라고... 그렇게 살아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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