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그가 있다 창비시선 166
이원규 지음 / 창비 / 199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이원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산모퉁이 돌아오는 시골 막버스처럼
오기 전엔 도대체 알 수 없는 전화벨처럼 오는가

마침내 사랑은
청천하늘의 마른번개로 온다
와서 다짜고짜 마음의 방전을 일으킨다

들녘 한복판에
벼락 맞은 채 서 있는 느티나무
시커멓게 팔다리 잘린 수령 오백년의 그는
이제서야 사랑을 아는 것이다

사랑과 혁명 그 모든 것은
비로소 끝장 나면서 온다
제 얼굴마저 스스로 뭉개버릴 때
와서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이다

- 시집 中에서

수령 오백년의 느티나무.
화계사에 가서 나는 수령 사백년의 느티나무를 보았다.
비로소 끝장 나면서 오는 사랑.

목어 두들기는 소리.
오장육부를 다 들어내고도
맑은 소리로 두들겨대던
화계사, 11월의 사랑.

나는 더불어 기다리기로 한다.
애초부터 끝이라는 걸 생각했다면, 너를,
사랑하지도 않았음을.

다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