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이원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산모퉁이 돌아오는 시골 막버스처럼 오기 전엔 도대체 알 수 없는 전화벨처럼 오는가 마침내 사랑은 청천하늘의 마른번개로 온다 와서 다짜고짜 마음의 방전을 일으킨다 들녘 한복판에 벼락 맞은 채 서 있는 느티나무 시커멓게 팔다리 잘린 수령 오백년의 그는 이제서야 사랑을 아는 것이다 사랑과 혁명 그 모든 것은 비로소 끝장 나면서 온다 제 얼굴마저 스스로 뭉개버릴 때 와서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이다 - 시집 中에서수령 오백년의 느티나무. 화계사에 가서 나는 수령 사백년의 느티나무를 보았다. 비로소 끝장 나면서 오는 사랑. 목어 두들기는 소리. 오장육부를 다 들어내고도 맑은 소리로 두들겨대던 화계사, 11월의 사랑. 나는 더불어 기다리기로 한다. 애초부터 끝이라는 걸 생각했다면, 너를, 사랑하지도 않았음을.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