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품집 창비시선 1
신경림 지음 / 창비 / 197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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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60~70년대 모순된 농촌 사회의 모습은 시집 <農舞>에서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거듭 계속되는 생활난 속에서 그들은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묵내기 화투를 치고' '어떡헐거나./술에라도 취해볼거나. 술집색시/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볼거나.''(겨울밤' 中) 라고 탄식하며 선술집 막소주에 취해 체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합빚이 되어 없어진 돼지 울'('시골 큰집' 中) 앞에 핀 국화꽃은 누렇게 뎁혀진 솥처럼 따갑게 눈을 찌른다. <農舞>에 반영된 1960년대 농촌의 사회상은 조합빚, 전표 등으로 상징되는 세습되는 가난의 덫이다. 이는 1960년대 대농촌정책의 실패와 그 허상을 잘 드러낸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편성과정에서 남한 사회는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하청업체의 성격을 띄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시로 떠밀리는 농촌의 사회는 '용바위집 영감의 죽음 따위야/스피커에서 나오는/방송극만도 못한 일'('오늘' 中에서)과 같이 흉흉해진다. 이러한 농촌의 비극적인 상황은 하층민중의 비참한 현실을 야기하는데, '마침내 장마가 져도 나이 어린 갈보는/좀체 신명이'( '장마 뒤' 中) 나지 않고 고단한 농가의 일과(日課) 뒤에 벌어지는 '그 술판은 이내 싸움판으로 변'('그 겨울' 中)하게 만들고 만다.

신경림의 <農舞>가 한국의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차치하고서라도, 시집 곳곳에 투영된 비극적인 농촌상에 대한 세세한 묘사들과 작가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은 이데올로기라는 미명아래 저질러진 유형, 무형의 민족적 비극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한국전쟁의 참혹함과 그 전쟁의 후유증으로 남은 민족의 비극은 '아편을 사러 밤길을 걷는'('눈길' 中) 부랑아를 양산하고, 농촌 그윽한 들녘의 바람도 '굶어죽은 소년의 원귀'('눈길' 中)처럼 들리게 만든다.

'아침부터 주정을 하는 당숙'('잔칫날' 中), '담배도 전표도 바닥난 주머니'('장마' 中) 등은 이 시기 피폐한 민족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는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역사적 격동이 민초들에게 가한 시련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이 모두/싫어졌다'('시골 큰집' 中)는 대학을 나온 사촌형, 울분 속에서 짧은 젊음을 보낸 죽은 당숙,“네 아버지가 죽던 꼴을 잊었느냐”('잔칫날' 中)고 주정을 하는 또다른 당숙 등이 그 시련을 대변한다.

신경림의 <農舞>는 1960년대 농촌 사회의 피폐함에 대한 생생한 고발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이며 산업화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진 얼굴 없는 폭력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튼실한 서정성에 기반한 신경림 시가 가져다 주는 진한 울림은 그 어떠한 정밀한 보고서보다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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