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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학교 - 밥상의 안전부터 에너지 대안까지 방사능 시대에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익중 외 지음 / 반비 / 2014년 3월
평점 :
2008년 처음 시작한 한 책 사업이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과학에세이, 인문서, 소설, 동화 등 매해 선정된 도서들도 그만큼 다양하다. 한 책은 시민들의 1차 공모를 토대로 도서선정위원들의 치열한 토론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지난 8년간의 도서 선정 과정을 지켜보며 하게 된 생각은 모든 책에 그 나름의 운명이 있듯이 한 책 또한 나름의 운명이 있다는 것이다. 한 책을 선정하는 보이지 않는 대기의 흐름이 있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매년 선정된 도서들을 보면 선정위원들 대부분의 당초 예상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한 책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책의 완성도, 감동등 직접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요인들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그 전년도 책이 너무 어려웠다면 (?) 사업 평가를 통해 다양한 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책으로 선회한다든가 선정 시점의 사회 이슈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올해의 한 책인 『 탈핵 학교 』또한 현 시대나 지역적 요구의 총합으로서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최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설이 길었다. 유독 올해 한 책 선정 의도 혹은 사업 방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어서이다. 책의 선정과정에 어떤 의도가 있을 수 없듯이 이후의 사업방향 또한 오로지 그 책을 읽고 토론을 이어갈 시민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사실 핵에너지의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탁을 차리고 싶은 주부부터 건강검진에서 방사능을 쪼일까 염려하는 직장인등 모두의 고민과 닿아있다.
책에 대해 미리 속단하지 말고 그저 한번 만나 보시라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책은 방사능 공포에서 먹거리의 안전문제와 핵발전 시스템의 안전성, 핵에너지와 방사능의 과학적 이해, 핵에너지에 대한 윤리적 관점, 후쿠시마 아이들의 오늘, 기후 변화 시대의 그린 에너지 등을 다루고 있다.
핵 발전소는 절대적으로 안전한가? 핵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체르노빌, 후쿠시마등 핵발전소 사고마다 매번 그 원인이 달랐다는 사실은 아무리 철저히 대비를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핵발전의 특성상 아무리 완벽하게 대비를 해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테러나 인간 조작 실수로 인한 재앙에서도 안전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설사 핵발전소가 사고 없이 잘 운영되었다 하더라도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의 안전한 폐기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방사성 물질이 담긴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에만 대략 100만년 가까운 시일이 걸린다하니 현재의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인 셈이다.
다음은 핵발전소에 대한 윤리의 문제이다. 핵에너지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르다. 따라서, 핵발전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또 지금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미래 세대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문제가 대두된다. 독일, 스위스, 덴마크등이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같은 윤리적인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30개국 정도이고, 지구 전체 에너지 사용량중 핵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핵폭발의 위험을 감수하고 지구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 타탕한가? 하는 점이 또다른 윤리적 문제이다.
책을 읽으면서 핵에너지에 대해 그동안 참으로 무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핵발전소가 첨단의 기술이 아니라 증기기관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 기술이라는 점이나 우라늄도 석유처럼 수십 년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사실, 현재도 에너지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핵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핵발전과 관련된 많은 논의들의 결론은 과연 “ 대안이 있느냐? ” 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실제로 대안을 찾아 나섰다. 일본은 후쿠시마 재앙이후 54개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였지만 블랙아웃은 일어나지 않았고, 독일은 2030년 까지 완전 탈핵을 선언하고 그에 따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외 많은 나라들이 탈핵 선언에 동참하고 대체 에너지를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 한 책 하나되는 평택』선포식에 참석한 김정욱 교수는 이런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곧바로 하지 말아야지, 대안을 찾은 뒤에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