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뛰는 이유 창비아동문고 277
최나미 지음, 신지수 그림 / 창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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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정과 관계, 그리고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생의 우정과, 죽음이 갈라놓는 노년의 우정이 함께 등장 한다. 관계가 깊을수록 이별의 고통은 커지고, 이별 후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은 욕망도 더 커지기 마련이다.

평화학자 정희진은 이에 대해 이별은 정산입니다.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는데, 이익만 남기려고 하는 것은 망상이죠. 좋은 인상으로 남으려는 것, 이것은 인간의 가장 추잡한 욕망입니다. 라고 일갈한다. 이런 철학적 물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친구 도영이와의 이별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원섭은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 한다. 그러던 중 도영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오히려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원섭은 친구를 원망하기 보다,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었던 친구의 욕망을 이해하고 누구나 잊힐 권리가 있다는 성숙한 깨닫음과 마주 한다.

 

한편, 소꼽 친구와 평생을 함께 이어왔던 노년의 우정은 조금 더 애틋한 울림을 안겨 준다.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불화가 오히려 상대를 위한 속 깊은 배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슴 한 켠이 먹먹해 진다. 오랜 시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곰삭은 우정만이 가지는 깊이를 가늠해 본다. 그런가 하면 유쾌한 이야기들을 통해 이웃과 우리 삶에 대한 따뜻한 신뢰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사람들은 착하거나 나쁜 사람, 정확하게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상황과 이유에 따라 전혀 다른 입장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또 아이들을 순진무구한 천사가 아닌, 욕망의 주체이자 한편으로는 아이다운 천진함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넘어 삶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지닌 존재로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어른다운 어른들의 존재이다.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손해볼까 봐 영악하게 계산하고 자신의 치마폭에 아이를 감추는 대신 타인과 더불어 살아 가는 법을 가르치고 한발 짝 물러나 지켜볼 줄 아는 어른다운 어른 말이다. 이웃의 아이를 거두고 홀로 된 노인을 보살피며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어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레 공동체 내에서 제 몫을 해내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될 터이다. 어른다운 어른들이 있다는 것은 아이들의 욕망이 서로 부딪칠 때 충격을 완화하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안전장치 안에서 아이들은 때로는 싸우며 때로는 서로 도우며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도 배우고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는 삶의 진리도 하나씩 터득하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아이들은 고래처럼 뛰어 오르며 먼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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