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엄마 이야기 사계절 그림책
신혜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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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착하고 건강한 그림책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드는 편안하고 친근한 그림속 초록 잎사귀가 싱그럽다.  건강한 땅에서 스스로의 먹거리를 일구는 건강한 가족의 삶과 연대가 잘 나타난 책이다.


시골로 이사온 엄마. 맛있는 인절미를 만들 콩을 심기로 한다.  장에 나가 장바구니 가득  콩을 사오는 것까지는 호기로웠으나,  숟가락으로 심는 폼이 어째...  그러나 걱정할 것 하나 없다.  “엄마 ! 도와줘” 한마디면 자건거를 타고 날쌔게 달려 오는 엄마 있으니! 엄마와 엄마의 엄마는 의기투합하여 호미로 땅을 파고 밭을 만든다.  그러나 겨우 다섯 줄을 만들고는 얼굴이 빨개진 엄마의 엄마.  하지만, 이번에도 걱정마시라.  엄마! 도와줘!   한마디면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황소를 타고 달려 온다.  힘이 들 때마다 슈퍼맨이 되어 달려오는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엄마.  이보다 더 든든한 보루가 어디 있으랴.  엄마들의 유쾌한 질주와 함께 콩은 콩대로 보라색 꽃망울 튀우고, 꼬투리를 맺으며, 토실 토실 한 생을 여물어 간다.  콩밭의 콩다발들이 가을 햇볕에 말라갈 때 엄마도 함께 행복해 진다.  도리깨질 키질을 거친 진주알 같은 콩은 이제 머리통만한 메주가 되었다.  된장꿈을 꾸며 잠든 세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 까지 흐뭇하게 만든다.


밭농사 사이 사이 이어지는 엄마와 아이의 바느질은 엄마의 엄마를 위한 모자가 되고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위한 조끼가 된다.  조각 조각 짜투리 천들이 모여 달콤한 잠을 위한 이불이 된다. 작가는 드러내 놓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돌보는 일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인지 넌지시 말을 걸어 온다.  먹을 거리와 입을 거리 어느 것 하나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p.s 책을 덮기 전에, 조용히 빨래를 널고 자갈을 나르고, 양손가득 엄마의 짐을 들고 뒤따라오는 아빠의 모습을 찾아 보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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