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7일간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영미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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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단 하루만이라도 한적한 곳으로 숨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빠와 딸의 7일간』은 딱 이럴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칩거하듯 책에 몰입하고 싶을 때 읽기에 좋도록 술술 읽히고, 재미와 감동까지 선사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면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싫은 ‘17세의 철부지 여고생’ 딸과  ‘세상에서 딸을 가장 사랑하는’ 47세의 소심한 샐러리맨 아빠가 어느날 갑자기 몸이 바뀌면서 이야기는 전개 된다. 말하자면 ‘시크릿 가든’의 부녀판쯤 되겠다. 몸이 (영혼이) 서로 바뀐다는 설정은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널리 애용될 만큼  판타지적 요소와 웃음 코드, 로맨스적 요소를 두루 갖춘 클리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인 고우메는 축구부의 겐타 선배를 짝사랑하는 명랑한 여학생이다.

아빠는 큰 화장품 회사 ‘광성당’의 차장으로 소심하고 결단력이 없으며 상사 눈치만 보는 전형적인 무사안일주의의 샐러리맨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딸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빠다. 그러던 어느날 고우메의 외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외할머니를 뵈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지진으로 전차가 선로에서 탈선해 큰 사고를 당한다. 그 사고의 충격으로 아빠와 고우메의 몸이 서로 바뀌게 된다.

딸이 된 아빠는 사춘기 소녀의 두근두근 첫사랑을 경험하고 학교에 가서 시험도 보고  데이트도 하며, 위기의 순간들을 아슬아슬하게 넘긴다. 딸 고우메는 아빠 대신 회사에 가서 소심한 샐러리맨 인생의 비애를 맛보는가 하면 회사의 급한 프로젝트 건을 젊은 감각으로 처리하여 전화위복을 만들기도 한다.  둘은 언제가 될 지 않순 없지만 각자의 몸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며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갈 작전을 짜며,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임과 동시에 ‘이상하게 행동 하겠다’는 협박(?)으로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묘한 아이러니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다.  많은 소동들 속에서 특별한 한 사건을 겪으며 감춰진 애정도 확인하게 된다.


영혼이 뒤바뀌는 소동끝에 자연스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부녀관계를 현실의 문제에 대입해 보자. 과연 이러한 극적인 장치가 없다면 부녀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소설이 이야기하는 관계회복의 실마리는 무엇일까? 

소설의 결말부에서 사춘기 딸의 반항심과 거부감 속에 틀어진 관계에 갇혀 딸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해 안타까워 했던 아빠는 딸이 사춘기를 겪으며 ‘그냥 ’ 그렇다는 것을 받아 들이게 된다.


어쩌면 관계회복의 실마리는 판타지와 같은 영혼의 교류가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것을 아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다는 것을 인정 하는 것,  ‘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이 많은 부모 교육서가 제시하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과제인 것처럼 말이다.

최근 아빠와 딸의 7일간에 이어 후속작으로 『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도 출간되었다. 두 편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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