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스투어 - 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요리사 앤서니 보뎅의 엽기발랄 세계음식기행
앤서니 보뎅 지음, 장성주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완벽한 한 끼를 찾아가는  쿡‘스 투어


                                        

  ‘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요리사 앤서니 보뎅의 엽기발랄 세계 음식 기행’  이 책의 부제는  내용을 깔끔히 정리해 내면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기능까지 톡톡히 해낸다.  삐뚤 빼뚤한 글씨만으로 채워진 표지 디자인도 뚜껑만 열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에 대한 첫 인상은 상대방이 듣던 말던 시종일관 자기식대로 떠들며  따라다니는 남자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그 참 말 많네’ 싶다가 엉뚱하고 웃기기까지 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 결국에는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세계 음식에 대한 보뎅의 문체는 오감을 자극한다.  맛을 전하는 풍부한 미각, 그 나라 곳곳의 냄새를 빨아 들인 듯 한 후각, 날씨마저 몸으로 느끼게 하는 촉각, 쉴새 없이 자극하는 청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텔레비전 중개처럼 생생히 전하는 시각이 그것이다.

 “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요리가 마법이 되는 순간을 찾고 싶었다.  포르투갈 농가에서 살아 있는 돼지의 멱을 따고 사막에서 양 통구이를 맨손으로 뜯어 먹고, 어릴적 굴을 처음 맛본 양식장에서 잃어버린 추억의 맛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러시아 마피아의 나이트클럽에서 보드카를 마시고 분노한 캄보디아 민병대에서 말보로 담배 몇 갑을 던지고 도망가 보고 싶었다. ”  완벽한 한 끼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저자의 포부이다.  스스로를 기꺼이 음모에 뛰어든 영웅, 혹은 악당이라 자처하는 보뎅의 쿡‘ 스 투어는 포르투칼에서의 돼지 도축 현장을 시작으로 눈발을 헤치고 찾아간 러시아의 순록고기, 보드카 마라톤, 스페인, 베트남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유쾌하고 도발적인 미식의 향연을 펼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어느 나라의 어떤 음식만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보뎅이 온갖 엽기행각을 벌이며 찾고자 하는 완벽한 한 끼라는 것이 물론 세상에서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요리나 제일 비싼 요리는 아니다. 살아가면서 진정 의미 있는 한 끼를 꼽을 때면 음식에 얽힌 뒷이야기나 추억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요리사인 저자가 모를 리 없다.

따라서 그의 이야기에는 그 나라 음식에만 녹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와 날씨, 정서가 베어있다.  베트남에서 미친 듯이 경탄하고, 천국을 외치고 게걸스럽게 먹어대던 그가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으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 화상으로 온 몸이 용광로에서 녹아버린 듯한 현지인들을 만났을 땐  무참히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 부끄럽다. 내가 감히 어떻게 이 도시에, 이 나라에 올 생각을 했을까. 베트남 풍미니, 씹는 맛이니, 요리니... 그 따위 하찮고 하찮은 것 때문에? 이 남자는 눈앞에서 가족이 증발되었을 게 분명한데. 그 자신도 살이 녹아내려서 마담 튀소 박물관에 전시될 법한 몰골로 변해 버렸는데. 난 도대체 여기 뭐 하러 온 걸까. 같잖은 책 한번 써보겠다고? 요리책을? 내용도 쓰잘머리도 없는 하찮은 텔레비전 쇼를 찍으러?’ 

생각없이 떠들기만 하던 사람에게서 진심을 보아 버린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솔찍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자기 스스로를 ‘ 수석 주방장, 즉 조리복을 입고 거들먹거리면서 남의 노고를 자기 몫으로 돌리는 사람’ 이라고 신랄하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완벽한 한 끼를 찾아 떠난 자신의 모험에 대해서 대놓고 무모하고 무식하고 수치스럽기까지 하다고 자처하고 나서니, 거기다 뭐라 토를 달겠는가. 상대방은 쿨하게 나오는데 나만 찌질하게 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를 달자면, 도대체가 어찌나 자기식대로인지 어느 나라 어느 요리도 정확하게 감이 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의도했던 안했던 내 발로 직접 찾아가서 내 눈으로 보고, 맛을 음미하고, 보뎅과는 또다른 내 방식대로 평가를 해보고 싶어진다. 포르투갈의 ‘ 호종이스 에 파파스 드 사하불류’ 와 프랑스의 ‘굴요리’, 베트남의 ‘퍼’, '밋‘ ’반 통 똠‘, ’짜 고이 주어‘ ....... 오감을 자극하는 온갖 음식들을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진다.  보뎅처럼 책을 쓸 의무도, 카메라에 찍힐 의무도 없으니, 오로지 자유로운 나만의 쿡’ 스 투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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