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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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자란 곳이 부산이라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 많은 숫자가 창원, 마산, 울산, 포항으로 흩어졌다. 세상 어렵던 IMF를 지나 그래도 다들 자리잡고 가정을 꾸려나가고 이제 중년이 되었다. 그 수십년 사이에 TV를 통해 조선소 노동자들의 파업 뉴스도 보았고, 자동차 연구개발 직종으로 입사한 후배가 남양주에 자리 잡고 양재에서 일하는 다른 후배들도 늘어났다. 지방대에 정원미달과 후배들 입학 성적이 처참하게 낮아짐을 건너 듣고 놀랐었는데, 이제는 하도 뉴스에서 많이 보다보니 그러려니한다. 해결책도 해결책이지만 원인이 어떻게 되는지를 짚고 가야 처음에 꼬인 매듭을 풀수 있다고 본다. 이런 주제의 책 소식을 듣고 저자 약력을 보니 거제도 조선소 근무 경력이 눈에 띈다. 책상에 앉아서 남의 이야기를 주워모아 쓴 책이 아니란 점에서 꼼꼼히 읽게 되었다.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을 장점으로 성장한 울산의 산업은 정규 생산직을 대체하는 자동화와 모듈화 공정 개발을 통해 단순 노동자 일부만 비정규직으로도 돌아가는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연구개발직은 고급 인력 수급을 위해 수도권으로 연구소를 옮겼다는 책 초반 저자의 설명은 상당히 와닿는다. 이미 내 주변 동기들, 후배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아울러 고급인력을 배출하던 지역 대학들이 인구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에 의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입학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지니 또 배출되는 졸업생들에게도 취업기회가 많이 줄어든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는 울산 뿐만 아니라 부산이나 대구, 광주 같은 대도시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문제점도 사람에서 출발하고 (울산의 중심 기업 오너들의 운영방식과 지역거주 근로자, 지역 대학을 다니는 학생/졸업자) 해결책도 사람을 통해서 (대학 및 연구기관과 기업의 긴밀한 협력, 시와 국가가 미래 산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워야함) 이다.

가정을 꾸리고 사는데 충분한 인프라를 제공해주기 위해 저자는 메가시티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주변 대도시들을 묶어 사람이 오고 가고, 좋은 인재들이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는 공간을 이야기 한다. 한국의 산업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에 의해 제조업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동안 쌓아올린 노하우와 인프라는 제대로 된 정책과 방향 설정을 통해 다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책 전반에 걸쳐 위기와 해결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알차게 채워져있고, 꼭 울산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우리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열심히 읽게 된다. 자세한 진단을 책으로 엮어낸 저자에게 감사하며,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해결책에 의견이 모여 산업도시의 기사회생이 대한민국의 기사회생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 출판사 지원으로 서평 작성을 말씀드립니다. 좋은 책 출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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