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이라는 것은 자신이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가까운 시일내로 읽을 책, 언젠가 읽을 책, 언젠가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라 믿고 싶은 책, 언젠가 읽을 수 있게 된다면 후회 없는 인생‘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 그런 책의 집합체요, 그곳에는 과거와 미래, 꿈과 희망, 작은 허영심이 뒤섞여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다다미 넉 장 반 공간 한복판에 앉아 있으면 꼭 나의 마음내부에 앉아 있는 듯했다.
무인도 같은 공간에 틀어박혀 책을 읽다 보니, 책에서 얻은지식을 입신출세에 활용해야겠다든지 검은 머리 아가씨를 유혹하는 데 활용해야겠다든지 그런 살벌한 생각은 깨끗이 사라졌다. 그저 그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워하며 문득 창밖을 보면 어느새 저물녘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때에는 지금까지 내가 푹 빠져 있던 책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종이에 글자를 인쇄해 묶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지곤 했다. - P16

이케우치 씨는 심금을 울리는 문장을 노트에 베끼는 게 즐거움이라고 했다. 그렇게 문장들이 적힌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문장을 읽는다. 어느 문장이나 자신이 품을 들여 베껴 적은 것, 피가 되고 살이 되어야 할 문장이다. 자신이 고른 문장으로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간다. 그 작업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노트에 기록된다. 그게 너무나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져 마음이 무척 편안해진다고 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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