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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저널리스트를 위한 핸드북 ㅣ 방송문화진흥총서 91
미하엘 할러 지음, 강태호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자네도 인터뷰를 잘 할 수 있다네"
솔직히, 시중에 인터뷰에 관한 책은 이미 차고 넘친다. 어디서 시작해야 좋을지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인터뷰'라는 단어는 "면접, 대담 등 대면접촉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뜻으로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언어로 친숙하게 쓰이고 있다. 때문에 인터뷰란 무엇인가 분명하게 규명하는 것 보다 인터뷰의 중요성, 기법, 조언 등에 초점을 맞춘 책이 대부분이었다. 혹은, 유명 리포터들의 인터뷰 사례 모음집이거나, 스타 인터뷰어의 영웅적 인터뷰 이야기에 가까웠다. 가령 미국의 유명인사 인터뷰어로 유명한 바바라 월터스는 어떻게 거물급 인사들을 섭외하는지, 그녀의 현재 성공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론은 바바라 월터스의 방식은 그녀였기에 가능했다거나 그녀만큼 노력해야만 성공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지곤 했다. 성공한 이들의 방식은 이러이러한 것들이나, 당신은 당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였다.
인터뷰는 순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용기있게 현장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하고, 재치와 기지를 이용해 상대와의 대화를 이끌어가야 하고, 어쨌거나 상황을 이용하는 자신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방법론 책을 덮고 나서도 직접 맛을 봐야만, 보고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경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인터뷰 '님은 먼 곳에'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저자 미하엘 할러가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의 기자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땐 <인터뷰>도 그의 자기 자랑이 섞인 인터뷰 기법 전수서 쯤 될 줄 알았다. 독일식 저널리즘 인터뷰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경력인 라이프치히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로써의 학술적 고민도 들어있는 전문 사회과학서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터뷰란 무엇인가, 범인 취조, 의사와의 면담, 심리치료, 여론조사 등 여타 대면접촉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으로 고민을 시작한다. 또한 인터뷰의 형식을 인터뷰 대상자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방법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원론적으로 그리고 튼실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자들이 가장 모르고 있다는 인터뷰관련 법을 비롯해 인쇄매체와 방송매체만의 특수한 인터뷰 방법과 한계에 대해서까지 정리해놓았다. <인터뷰>는 인터뷰 장소선정에 관한 주의사항부터, 질문 형식, 심리학에 관해서까지 다루고 있는 친절한 기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하엘 할러의 <인터뷰>는 서구 언론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편파적인 언론보도를 반성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인 셈이다. 성공적인 인터뷰의 사례를 열거하며 독자들의 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학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분석하고 나열한다. 인터뷰라는 양파의 껍질을 하나하나 까서 단면을 내보고 있달까. 저널리스트들의 핸드북을 자칭하는 <인터뷰>는 인터뷰가 기본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유명한 인터뷰어 오리아나 팔라치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녀의 목숨이 위험했던 순간이나 극적인 인터뷰의 기억들을 회고하면서 인터뷰의 매력과 성공적인 인터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밝힌 바 있다. 인터뷰 '님은 곳곳에'계실지어니, 어서 뛰쳐나가 한번 응용해 봄직 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