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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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먼저 표지를 언급해야겠다.

어머! 표지가 왜 이렇게 귀여워! 귀여워서 미치겠잖아! 마치 빵 공장에 온 듯한 기분이다. 거기다가 띠지까지 아주 안성맞춤 찰떡궁합! 띠지의 저 표시를 보세요. 인쇄할 때 커팅 비용이 추가로 들었겠는데? 출판사 디자인실에서 열일하셨구나! 이 책은 꼭 띠지를 부착한 모습과 제거한 모습 두 부분을 감상해야 합니다!! 띠지에 가려진 식빵 부분이 있거든요. 나도 빵 속으로 파묻히고 싶다……생각만 해도 흐뭇한 걸? 아직 책장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흐뭇한 기분은 뭐지? 아무쪼록 전독시양장본도 이런 식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며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이 책은 곽재식의 단편 소설집이다. 저자 곽재식 교수님은 유퀴즈에 출연한 분이라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분이다. 공학 박사로 숭실사이버대 교수로 재직 중. 과학자인데 부업으로 소설가이기까지 하다. 과학자&소설가인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소설가로서의 영역이 전공인 과학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 추리소설에까지 미쳐 있다. 왜 이렇게 세상에는 다재다능하며 박학다식한 분이 많은 걸까?(또 딴 곳으로 얘기가 새려는 중;;)

 


이미 다수의 소설을 펴낸 바가 있는 곽재식 교수님께서 내신 이번 신간은 앞서 말했듯,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사이트에 올린 소설들을 모아서 수록한 책. 2018~2021년 사이 공개된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라는데 주로 SF적인 성격이 짙은 단편들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렇게 밝혔다.

 

() 소설()은 특별히 많은 조회수가 나올 것을 생각하며 쓰는 글도 아니고, 원고료를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쓰는 글도 아니다. () 공모전을 위해 쓴 글도 아니고, 대단한 문학적 야심으로 힘겨운 고뇌 끝에 쓴 글도 아니다. () 그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부담 없이 써간 이야기들이다. 가장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 가는 대로 정성스럽게 쓴 글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p296

 

 

저자가 집필에서 이미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우리 독자도 마찬가지! 큰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된다. SF라 해서 특별히 무겁거나 어려운 과학적 설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SF적 상상력이 가미된, 일상적이며 현대적인 이야기들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반전이 살짝 담긴 내용들이랄까? 그런데 읽을 때 계속 생각나는 책이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란 책이다. 몇몇 단편에서는 베르베르식의 익숙한 데자뷰가 느껴지기도 했다.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종류의 기발한 SF 단편들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각 단편들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덧붙인다.

 

1.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이 책의 제목이자 대표 단편. 사람에 대한 관찰자적 시선이 기발하게 돋보인다. 마지막 부분과 후기를 보면 이 소설을 쓴 동기를 알 수 있는데, 작가의 적극적인 홍보를 매우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싶다. 나도 빵을 좋아하는 악당이며, 이 악당들의 행성에 살고 있으니까!

 

2. 이상한 녹정 이야기: 무려 조선왕조실록에서부터 연결되는 이야기!

 

3. 시간여행문: 면역성을 갖고 있지 않은 미래의 바이러스가 넘어오면 어떡하겠냐는 가정(작중 내용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질문이다)에 섬뜩했다. 지금의 우리 인류는 코로나19에도 쩔쩔매는데, 미래의 바이러스는 얼마나 더 무시무시하겠는가.

 

4. 신들의 황혼이라고 마술사는 말했다: 만들어진 것과 만들어낸 사람. 마술사와 사람이 들여다본 세상은 얼마나 달랐을까.

 

5. 슈퍼 사이버 펑크 120: 현실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내용. 짜증 한 번 안 내고 침착하게 과업을 수행한 김 박사님께 박수를. 나 같으면 열 받아서 진작 때려치웠을지도. 보안 프로그램 다운, 팝업 허용, 계정 가입 등등. 우리나라 시스템은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

 

6. 판단: 이 얘기도 현실적으로 너무 공감이 갔다. 이 얘기를 들으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난 표정 관리가 안 될 것 같다;;

 

7. 차세대 대형 로봇 플랫폼 구축 사업: 김 박사님. 슈퍼 사이버 펑크 120에서 등장한 김 박사님과 동일인이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의 무한한 인내심에 경의를. 그리고 박 과장님? 계급장 떼고 한 번 붙으십시다, ?

 

 

8. 멋쟁이 곽 상사: 군인은 단정한 복장이 생명이지요. 암요.

 

9. 기억 밖으로 도망치기: 결말이 슬펐다.

 

10. 지상 최후의 사람일까요: 내가 만약 지상 최후의 사람이라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혼자가 된다는 건, 혼자 남는다는 건,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단편을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드리는 말.

작가님! 다음엔 떡볶이 좋아하는 선인들의 행성 편도 써주시죠! 악당이 나왔으니까 이번엔 선인도 등장해야 균형이 맞지 않겠습니까. 떡볶이는요, 이건 순전히 제가 좋아해서……헤헤. 죄송합니다; 빵이나 사먹으러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ㅎㅎ도 하러 가야겠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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