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길어 올리기 - 그 설핏한 기억들을 위하여
이경재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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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길어 올리기》
□■저자:이경재
□■출핀사:샘터



☆기자 출신의 저자는 한화그룹에 오랫동안 재직했으며 현재는 한화솔루션 고문, 학교법인 북일학원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책을 가까이하고 미술,음악등 예술에도 관심을 두고, 여행을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낸 시간들의 기록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있다. 저자의 폭넓은 경험과 사색적이면서도 위트있는 글은 독자들에게 멋진 타임슬립을 경험케 해준다.



◇사람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빌리지 않고 홀로 서기가 쉽지 않다. 빌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어머니의 자궁을 빌려 태어난다, 그리고 지혜도 지식도 다른 이들이 일구어 놓은 것을 빌려 자기의 것을 만들면서 발전해 가고 있다. 역사는 큰 텍스트가 된다.



◇나도 글을 쓴다. 글을 더 쓰고 싶다. 깊은 우물에서 퍼 올린 물같이 정갈한 글을 담아내고 싶다. 샘에서 물 솟아나듯 콸콸 졸졸 글을 쓰고 싶다. 누에가 제 몸을 감싸는 고치가 될 실을 뽑아내듯, 왕거미 배 끝의 방적 돌기 실샘에서 거미줄이 나오듯 술술 풀려 나오는 글을 쓰고 싶다. 뼈를 에는 고통을 쥐어짠 끝에 나온 글이 아니고 빵으로 바꾸기 위한 절박한 글이 아니라, '푹 삭은' 글 '끼끗한'글을 쓰고 싶다. 곱게도 거칠게도 비단을 짤 수 있는 명주실을 뽑아내고 싶다.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는 고요하다. 들어 보려 해도 놓치기 쉽다. 고요한 소리는 가운데서만 들린다. 맑은 소리가 나는 찬물 따르는 소리도, 더운 물 따를 때 나는 뭉근한 소리도 세월이 지나면 가릴 줄 알게 된다. 젊어서는 안 들리던 그 소리들이 나이테가 커져야 비로소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기쁨과 노여움, 즐거움과 슬픔마저 제풀에 바스라지고, 벼린 상처도 세월과 바람에 부대껴 두루뭉술해질 때가 돼야 사람들은 넉넉하게 품을 벌리며 살아온 소리를 들을 줄 안다.



◇ 인생의 위기의 순간, 자신이 독서 가능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책을 통해 두 다리의 힘이 단단해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튼튼해지지 않겠나. 1년에 1백 권을 읽는, 뿌리가 단단한 기둥들이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사색들이 깊고 마르지 않은 시간의 우물을 채우고 있는 듯하다. 책속의 QR 코드로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은 다소 나와는 시간의 갭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저자의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연륜에서 느껴지는 세상을 보는 혜안과 여유가 인상 깊었다. 멋지게 나이듦이 이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샘터>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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