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연인 소설Q
이승은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망치는 연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연인이 도망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어떤 큰 죄를 지었나, 아니면 그들의 위치가 '도망'쳐야만 하는 위치에 놓인 사람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추측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지수와 태오는 가난한 연인이고, 그 '가난'으로 인해 한 '사건'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 '사건'은 소설 끝까지 두 사람을 괴롭힌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어떡하나, 긴장하며 읽던 마음은 소설의 끝에 다다라서는 '사건의 진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두 사람이 저지른 사건이 '그다지 큰 죄'는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워낙 최근에 정말 잔혹한 범죄물이 많기에) 그러나 그 사건 이후 지수와 태오는 어딘가 더 무너진 것 같다. 그날로부터 멀어지고 싶어한다. 아니 어쩌면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으로부터.

소설을 읽으며 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지수와 태오는 깨달은 게 아닐까. 그 사건이, 자신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한 축이 되었음을. 돈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에 그러한 일까지 포함되면 안 되었음을 깨달은 게 아닐까. 어쩌면 그들은 점점 '예전의 나' '꿈꾸던 나'에서 멀어지고 있는 사실이 '도망'으로 여겨졌던 게 아닐까 싶다.

소설을 읽으며 '도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수와 태오의 이야기는 도망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예전의 나를 버리는" 일은 사실 불가능함을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결국 나이기에, 그런 나도 끌어안고-마주하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기에. 나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나'를 지우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소설의 결말이 누군가에겐 미묘할 수 있다고 느껴지지만, 나는 이 소설의 소설적이면서도 너무나도 현실적인 구성에 더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