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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평점 :
곁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느끼는 열등감,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한 결핍 등을 되짚으며 자신이 죽지 않은 이유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원도가 이해되면서도 이 인물에게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생각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한 구절에 뜨끔했다.
“지금까지 원도의 기억을 쫓아온 당신도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이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은가?” - p.239
다만 나라고 해서 내 인생에 얼마나 떳떳한가, 과연 어떤 모순이나 흠결도 없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본다면 내가 원도와 완전히 다르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애초에 선악을 떠나서 (행여 어떤 사람이 악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문제다. 그리고 그 이유를 탐구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다. 그 때문인지 여관방을 대실하며 혼자라고 말하는 원도의 마지막 모습이 강렬하게 남았다.
** 소설이 진행되는 와중에 굵은 글씨로 원도 내면의 목소리와 다른 인물의 목소리가 표현된 부분에서 원도의 복잡한 고민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 자기 존재 이유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내용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