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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2호 : 2024.02.20 - #2024 로컬 트렌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2월
평점 :
품절
이번 호에서는 로컬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제주 한경면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낸 제주 <Sarm> 잡지나 지역 출판사들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로컬X컬처 키워드 연재의 익산 이야기처럼 자기가 속한 지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포착하는 것이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다. 나아가 이러한 이야기들이 지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익산에서는 글에서 소개한 이야기들이 잊히고 있다고 해 안타까웠다…)
특히 대전의 이유출판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지역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던 필자가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를 만들며 책을 만드는 일은 본질적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필자가 시리즈 제작에 앞서 확신이 없어 망설일 때 힌트가 되어주었다는 오키나와의 지역 출판 사례도 흥미롭다. 오키나와에서는 일본 본토와 다른 문화를 지키기 위해 지역 서점과 출판사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민들도 오키나와의 고유한 이야기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지역적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유출판이 시리즈를 낸 후 대전의 독자들이나 독서 모임, 활동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기획자 노트 릴레이와 ‘2024 동네서점대상’ 코너에서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이 부조리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가 서울이라는 ‘모범 답안’이 제시되는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지를 질문한 것처럼,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져 온 사회적 관습이나 주류적인 가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대안적인 가치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했다. 앞서 제시한 로컬 기반 콘텐츠도 서울 중심적인 사회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모범 답안’에 더 많은 질문이 제기되어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