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케어러’와 방문진료 의사로 활동하는 저자 2명이 우리 사회의 돌봄 현실과 인식,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대담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개인적으로 편집자님의 역할이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돌봄이라는 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의 눈높이를 고려하면서 적절히 반론을 제기해 두 저자에게서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려고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논의의 폭이 굉장히 넓었다. 사실 막연히 돌봄받는 자와 돌봄하는 자 사이의 이야기로만 한정해서 생각했는데, 그 둘 사이의 여러 이해 관계자들 간 관계뿐만 아니라 돌봄에 대한 사회 인식과 그 원인, 제도적 한계 등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비롯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청년·노동 문제 등 폭넓게 이어지는 논의를 통해 우리가 평소 돌봄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도 실은 돌봄 문제와 유사한 맥락으로 연결지어 이해해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짐작해볼 수 있게 해준 전개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거시적인 제도에 초점을 맞출 때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돌봄을 수치로만 환산하려는 시도나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이루어지는 제도화는 설익은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각 개인의 필요나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은 시설의 문제와도 연관된다고 생각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도에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경우 돌봄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자신을 소비자로서 인식하기 때문에 돌봄 노동자를 감시하려고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막연히 북유럽 국가는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으니까 돌봄 문제와 관련해서도 본보기가 될 만한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들 나름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도 ‘소비자 정체성’으로 돌봄 서비스를 대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 간 관계, 나아가 공동체의 관계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