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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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바늘 끝에 사람이>는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노동권 투쟁 등 한국 근현대사를 sf, 고전 설화, 호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 단편 소설집이다. 각 단편은 역사적 사건에 적합한 장르와 어우러진다. 실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이야기가 만나는 새로운 스토리에 독자는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역사적 사건을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다. 작가는 거침 없고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긴다.
그동안 한국이 겪은 아픈 역사가 녹아 있는 책이기에 모든 단편이 유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바늘 끝에 사람이>이다. 이 단편은 효율을 위해 기업이 노동자의 신체를 기계로 교체하는 미래의 이야기다. 기업은 노동자에게 신체를 기계로 갈아끼우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고, 심지어 교체된 인공 신체에 대한 금액을 대출해주고 대출금을 갚기 전까지는 해당 인공 신체를 기업이 소유한다.
유독 이 이야기가 인상적인 것은 SF적 성격이 강하지만 아주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진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 기업은 노동자들의 신체의 자유를 빼앗고 인권을 무시한다. 사람보다 효율성이 우선이 되는 세상이다. 인공 신체를 강요하지는 않을 뿐, 소설 속 기업과 노동자의 양상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과연 이게 미래에 벌어질 가능성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인공 신체를 강요하는 세상이 올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또한 지금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국가, 기업, 대중 등 사회가 자행한 폭력을 색다른 방식으로 되새길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고통스런 역사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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