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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50주년 기념 에디션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지금은 내 나이대의 남성 예술가보다 여성 예술가가 훨씬 많은데, (예대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왜 남성 예술가가 더 많았을까, 의문을 가졌던 적은 있지만 '왜'인지 알아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논문이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1971년, 린다 노클린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책은 미술사에 젠더 관점을 도입한 그의 논문 발표 5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논문과 '30년 후' 스스로 재평가하는 글을 함께 담는다. 그러나 5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술계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언급한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에 관해 알아보다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경매시장에서 여성 작품은 여전히 찬밥... 불균형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제목이었다.
'17년 주요 옥션에서 여성 예술가의 작품은 경매가 총액의 7.5%에 불과하다.'
그는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원인에 관해 분석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여성이 예술적으로 탁월해지거나 성공하는 것은 당시의 현실에서는 제도적으로 막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팀 버튼의 영화 '빅아이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P.33
여성은 비록 실제는 아니더라도 잠재적으로는 자신을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생각해야 하고,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혼자만 꽁무니 빼는 일 없이 기꺼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직면해야 한다. 누구나 동등하게 성취할 수 있으며 사회 제도적으로도 개인의 성취를 적극 보장하는 평등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여성은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도록 노력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
P.47
미술가를 지망하는 여성에게는 남자 모델이든 여자 모델이든 상관없이 누드모델이 전면적으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56
여성 미술가는 주위 사람들의 격려나 박수도 받지 못했고 교육 시설도 마음껏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했으며 작품 가격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P.62
여성은 항상 결혼과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듯 보인다. 이를테면, 성공의 대가로 고독을 얻거나, 직업을 포기한 대가로 성관계를 하고 동반자를 얻는 것이다.
P.87
명확한 사고야말로 진정한 위대함이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도전에 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만큼 용감한 자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약진하게 될 것이다.
P.89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라는 질문은 1970년 여성해방운동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에 제기되어 그 시대의 정치적 에너지와 낙관적인 태도를 공유했다.
...
이 시기에 미술 분야에서 일어난 여성운동의 지향점은 무엇이었을까? 주된 목표는 '위대함'의 전통적인 개념, 즉 위대하다는 것에 대한 완전히 남성 중심적인 이해를 바꾸고 대체하는 것이었다.
P.115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는 과거의 업적뿐만 아니라 미래에 놓여 있을 위험과 어려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들의 작품이 보이고, 글로 읽히도록 우리의 모든 재능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이다.
성을 과하게 구분하거나 이성을 증오하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나 남자나 같은 사람인데,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며 적대시해야 할까? 누군가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성별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인성의 문제이며, 정말 중요한 것은 성별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의식의 저편에 성병에 대한 편견이 짙게 깔려있음을 발견할 때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그리고 편견을 완전히 걷어내는 일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사는 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덜어내기 위한 노력은 분명 필요하고, 갑자기 바뀔 순 없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모두를 온전히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의 말대로 '이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