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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어모털리티>라는 책의 부제는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두 가지의 매력에 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 첫번째 매력은 '어모털리티'라는 생소한 단어였고, 두번째 매력은 '나이가 사라진 시대가 등장했다'고 말하는 책의 부제였다.
근데 결국 따지고보면 두 가지 매력은 사실은 한가지인 셈이다.
나이가 사라진 시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세대를 어모털리티족이라고 부르는, 신조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니 말이다.
과연 나이를 잊고 산다는 건 어떤걸까. 그리고 늙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잔뜩 궁금증을 가지고 책의 첫 장을 펼쳤다.
책의 표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어모털리티에 대한 정의. [어모털리티 : 죽을 때 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묘한 거부감을 지닌 채 늘 젊게, 늘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어모털리티족.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 책의 첫 장에서는 "당신은 어모털족입니까?"라는 질문으로 간단한 사전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당신이 어모털족의 성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알아보자. 질문은 총 10개이며, a b c d 중 어느 것이 가장 많이 나오는지 체크해보자.'고 되어 있다.
사전 테스트로 진행된 질문들 가운데는
-일요일을 어떻게 보내는가
-30대 후반이나 40대에 아기를 가져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휴가는 어떤 모습인가
등 어모털족을 정의할 수 있는, 그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10가지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말 성실히, 네 가지의 보기 중에서 나는 나에게 맞다고 생각한 답을 골랐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흐지부지했다. 또렷한 부분에 답이 쏠리지 않고 두루두루 비슷비슷..
a 1
b 3
c 3
d 3
나는 b와 c, d가 모두 3개씩 나타났다. 진정한 어모털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a는 1번밖에 선택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b가 3번 나온걸 봐서 나 역시 나이에 대한 개념이 크게 자리잡고 있진 않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상하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모털리티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내 나이보다 더 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구나,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사전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인 독서에 돌입했다.
책의 가장 서두에 언급된 파트, 챕터1. 나이의 혼란 부분을 펼쳤다. 더이상 시간에 비례하며 자연스럽게 먹는(?) 나이의 시대는 지났다.
나이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는 부제목에 맞춰 이 장에서는 기존에 나이에 대해 갖고있던 생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어모털족'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어모털족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다. 근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모털족이 특정한 문화처럼 어느 순간 퍼지기 시작한 게 아니라 나이에 대한 사람들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면서 생겨난 현상 중 하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어모털리티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 그 자체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나이로 분류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나이에 머물러 사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소비하는가? "
책을 구성하고 있는 소스들을 보면 사실 어모털리티라는 현상은 우리가 늘 봐온, 일상적인 순간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터.
그 예로 몇 가지를 들어본다면, 늙어가는 노년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관계자의 공략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획기적이다, 신선하다, 고맙다 등
각양각색의 노년층 반응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는 노년층에 대한 복지의 확충이 당연시되는 시대다. 이런 부분을 봐도 나이에 대한 개념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 역시 어모털리티 현상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하다.
가임기간을 늘이기 위한 과학기술이 도입된다거나, 임신을 늦추고, 자신만의 여가, 자신만의 업무 시간을 더 가지려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적정 시기에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는 나이에 대한 틀에 박힌 사고를 깨뜨리는 전환점이 되었다. 본인에게 투자하는 셀프투자비용이 늘어가는 현상 역시, 어모털리티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늙었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고, 다음 세대에게 헌신하여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이제는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더이상 죽음이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 할 시간에 남은 인생을 더 재밌게,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번뿐인 인생을 아름답게, 재밌게 살기 위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조금 흐릿하게 가져가려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어모털족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대표적인 어모털족으로 삶을 살고 있는 유명인사들, 그리고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살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참 부러워졌다.
그리고 나도 나이에 대한 개념을 조금은 덜 뚜렷하게 가진채, 인생을 갑갑하게가 아닌, 느슨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봤다.
물론, '어모털족이 되어보겠다!'고 해서 당장 그렇게 살아지는 건 아닐 거란걸 잘 안다. 하지만 어모털족의 장점을 잘 기억하고, 나에게 적용해본다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인생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만 해도 나이를 먹을수록 조신해져야하고, 점잖아야 하고, 양보해야 하고.. 뭐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책을 읽어보니깐 어모털족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어모털족, 어모털리티.. 여전히 생소한 느낌이 더 강하지만, 그래도 나의 인생사전에 이 단어들을 등록하고!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에, 어모털족으로 살아봐야 겠다는 소망을 새기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