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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페루 - 신이 숨겨둔 마지막 여행지
이승호 지음 / 리스컴 / 2014년 11월
평점 :
언젠가는, 페루 - 이승호, 활자로 만나는 남미 공부
페루. 서른 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감당해야지만 도착할 수 있는 이 국가는 대한민국에서 떠나는 여행지로는 다소 막연한 장소에 속했다. 라틴아메리카. 오랜 역사와 정열을 품은 매력적인 땅이지만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부터 떠나기엔 너무나도 큰 모험처럼 여겨졌던 미지의 세계. 이제 이곳이 그 막연함을 벗고 조금 더 우리들에게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올해 초 어느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그려진 페루 덕분에 이곳은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나라’로 여행객의 마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꽃청춘이라 불리는 세 명의 뮤지션, 윤상, 유희열, 이적. 세 사람이 불현 듯 떠나게 된 페루는 꽤 많이 낯선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죽기 전에는 꼭 들려보아야 할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인간이 느껴야 할 거대한 문명의 힘을 배우고 알아가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스페인과 영국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보낸 사람. 그의 관심이 라틴아메리카로 쏠리기 시작했을 때, 그는 남미학을 공부해 석사 학위를 땄다. 그리고 이후에는 국제학 박사과정에 도전하기도 한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된 그의 지식 탐구가 빚어낸 책이 바로 <언젠가는, 페루> 이 책인 것. 다섯 가지의 챕터를 통해 페루의 수도 ‘리마’, 사막의 도시 ‘이카’, 나에겐 익숙한 이름 ‘쿠스코’, 태양의 도시 ‘마추픽추’, 그리고 높은 산에 자리 잡은 신비의 호수를 간직한 ‘푸노’를 소개한 글을 차례대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활자를 통해 페루 여행을 알차게 마친 듯한 기분이 든다.

꽃청춘 페루편이 인기를 얻고, 감동 또한 전하면서 뒤늦게 재방송으로 몇 편을 챙겨봤는데, 그 때 방송에서 보았던 페루의 모습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큰 규모의 나라지만 그 나라를 여행하는 데 있어 가장 실속 있는 정보만 빼왔던 예능 프로그램과 <언젠가는, 페루> 이 책이 묘하게 닮아 있어 마치 똑같은 내용을 두 번 공부하는 듯한 효과를 톡톡히 봤던 시간. 마추픽추 앞에서 그곳의 경이로움에 감탄해서 눈물 흘리던 뮤지션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맞추픽추를 소개한 페이지를 읽을 땐 사진에서 다 담을 수 없는 실제 그곳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책 제목처럼 ‘나도 언젠가는 페루에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을 새기기도 했다.
한 번쯤은 들어봤던 도시명들을 뒤로 하고,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 장소는 마지막 챕터에서 소개한 ‘푸노’라는 곳. 특히 이곳의 티티카카 호수는 볼리비아 국경과도 맞닿아 있는 곳이라 더 인상 깊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유럽배낭여행을 통해 10년 전 품었던 프라하의 여행을 이루고 돌아왔을 때, 그 다음 여행지를 고르면서 꼭 죽기 전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던 몇몇 곳의 여행지 중 한 곳이 바로 볼리비아인데, 여기의 우유니 사막을 여행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 하나를 추가하면서 볼리비아라는 국가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졌다. 그리고 그곳과 맞닿은 국경에 자리한 티티카카 호수, 그리고 호수 위에서 갈대를 엮어 살아가는 우로스 섬은 그래서 왠지 가깝게 느껴진 장소였다. 지속적으로 갈대를 갈아주면서 그 위에서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우로스 부족. 삶의 터전인 갈대섬을 관광객들에게 흔쾌히 소개해주는 그들의 너른 마음. 그러나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관광객을 붙잡고 직접 만든 물건을 사게끔 종용하기도 한다는 그들의 삶이 왜 글자로만 만났는데도 짠해지는 건지.
위대한 문명이 잠들어 있는 위대한 역사의 나라, 페루. 하지만 이곳에 깃든 이면들은 많이 열악해보였고 어려워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불행해보이지는 또 않은. 묘한 매력을 지닌 곳 같았다. 짠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래도 페루에서 산다면 꽤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가져보며. <언젠가는, 페루>라는 책 제목대로, 그렇게, 언젠가는, 진짜 이곳을, 특히 티티카카 호수 위를 유유히 여행하고픈 계획 한 가지를 추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