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왜 이디야에 열광하는가 - The EDIYA Story
김대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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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YA, 사람을 먼저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Ⅰ. 이디야, 내 발걸음이 여기에 머무르다.


내가 근무하던 직장은 번화가와 지하철 한 코스 정도의 거리에 위치했다. 퇴근길, 시내로 나갈 일이 생길 때는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이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카페와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제법 규모가 큰 카페들이 몇 곳 들어섰고, 또 그 사이를 비집고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점도 생겼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마실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었지만, 구미가 당길 만큼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값 때문에 나도 모르게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말했다.
- 우리 회사 주변에는 이디야 커피 안 들어오려나?
이디야 커피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다.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등 이미 대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브랜드 카페는 아니지만 그곳과 비슷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면서도 커피가격은 부담없는 장소, 뭐 이렇게 소문이 돌고 있을 때였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 매장들을 꽤 많이 봐 왔지만 회사처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 근처엔 없었기에 실질적으로 이용해보진 못하던 커피전문점이었다.
- 그러게요. 조금 걷더라도 이 근처에 있으면 이디야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이 근처에 이제 카페 들어올 자리 없지 않아요?
점심시간 흔히 주고받을 수 있는 우리의 대화였다. 큰 기대 없이, 커피를 마실 방법은 다양하니깐 괜찮은, 그러나 생긴다면 애용할 마음은 충분했던, 그런 우리들의 대화 말이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런 대화를 주고받은 지 한 달 즈음 지났을 땐가. 회사가 위치한 곳에서 반대편을 향하는 대각선 위치에 이디야 커피가 개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유소 옆에 작은 부지를 점포로 만들어서 오픈한 곳이었다. 손님이 가득 차면 4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 크기였다. 커피 종류가 적은 편도 아닌데 대부분 메뉴들은 모두 2~3천 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기에 이디야 커피는 금새 점심시간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다른 커피전문점과 마찬가지로 음료 외에도 블랜딩을 마친 원두 판매, 로고를 이용해서 만든 머그잔과 텀블러 판매 등 다양한 제품도 매장에서 만날 수 있어서 이디야 카페를 방문할 때마다 이곳만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었다.


‘생겼으면’하고 바라던 이디야 매장은 어느새 우리 회사 직원들의 점심시간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 쿠폰에 도장을 다 채운 사람은 ‘오늘은 내가 이디야 쏠게’하고 직원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생기자 서로 커피를 통해 ‘인심’을 쓰기 시작했다. 비싼 커피 한 잔에 매장값, 서비스값, 분위기값을 다 따져가며 자기합리화를 시키던 커피마니아들은 이제 가고 없었다. 기호식품이었던 커피가 어느새 생활의 필수품처럼 다가온 요즘, 커피는 실속 있게 즐길수록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는 ‘잇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 언니의 ‘오늘은 내가 이디야 쏠게’라고 하는 말이 직원들 간의 유대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었다. 작은 커피전문점이 회사 주변에 들어와서 직원들 유대관계까지 움직일 줄이야.


근데 예상하지 못한 이 에피소드가 그저 에피소드로만 끝나지는 않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젊은이들은 왜 이디야에 열광하는가>를 읽고 부터다. 이디야를 시작한 문 대표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비단 많이 팔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음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커피 한 잔을 통해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가 결속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걸 예견하고 있었던 걸까.

작은 매장 하나가 사람들의 사이를 이어준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쭉 그럴테고. 커피를 통해서 결국은 ‘돈’이 아닌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또 ‘물질’보다 커피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값지다는 걸 깨닫게 해준 이디야 커피는 나에게 어느새 아주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Ⅱ. 겉보다 속을 생각하는 커피마니아들, 그들이 늘어났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의 안일함에 지쳐있던 소비자들에게 이디야는 신선한 장소였다. 직장인들에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커피가격은 늘 큰 부담이었는데 이디야 커피가 들어서면서 그 부담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디야 커피가 어떤 이유로 합리적인 가격에 타 커피전문점과 동일한 서비스를 펼칠 생각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책을 통해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저 정이 가고 좋아하게 되는 친구처럼 이디야는 편한 공간이기만 했는데, 책을 통해서 그 처음부터 현재를 살펴보게 되니깐 진짜 절친한 친구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인류애를 실현하는 기업’이 되고픈 이디야의 꿈, 그 꿈의 시작은 바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제공하고, 또 그런 분위기로 똘똘 뭉친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문 대표의 다부진 비전이 전국에 분포한 이디야 커피의 작은 매장 사이사이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거다. 대표의 비전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표의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이디야 커피를 통해 적중한 것이다. 자세히는 몰랐지만 애용했던 이디야 커피를 이제는 좀 더 알 것 같다. 그리고 더 애용하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 그 가슴벅참에 내가 이디야 커피를 찾음으로써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커피전문점을 옮기고 또 옮기며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장소를 물색하는 것. 그건 소비자가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권리다. 그런 권리를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다면 더 좋을 테고. 이디야 커피는 그런 곳이었다. 식사 후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이제는 여유가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아니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디야 커피는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제공했다. 합리적이면서도 튼튼한 다리를 말이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던 우체부 프레드의 이야기를 다룬 자기계발서적 <우체부 프레드>에는 2달러의 커피 한 잔이 주는 가치에 대한 일화가 담겨 있다. 작은 친절을 베풀 수 있었던 2달러의 돈을 회상하며 ‘하루 중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쓴 돈’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디야 커피를 시작할 때의 마음이 이 마음을 닮았다. 이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평화로운 한 때에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자신의 기쁨을 타인과 나눌 땐 또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도.


“이디야는 고객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문 대표도 이 나눔의 행복이 어떤 것인지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로는 그가 더욱 사회공헌활동에 힘쓰는 이유이다.”


안주하지 않는 기업, 이디야. 음료사업이니깐 마실 것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만 주력하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 이디야. 이 책이 이디야를 홍보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 이전에, ‘인류애를 실현하는 기업’의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Ⅲ. 조용한 혁명을 응원할 이들, 나 그리고 우리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디야의 시작이 실은 꽤 오래전이었다는 점이다. 2001년에 첫 매장을 시작으로 그야말로 ‘조용한 성장’ ‘조용한 혁명’을 차근차근 일으켜 온 이디야는 이제 국내에 유치한 점포수가 상당한 중견 브랜드로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커피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곤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커피를 즐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커피에만 100% 필요도를 느껴 커피전문점으로 향하는 건 결코 아니다. ‘분위기’를 더하고 좋은 원두의 ‘맛’을 더하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시간’을 더할 수 있는 그런 3박자가 모두 갖춰진 장소를 찾는다. 그런 점에서 이디야는 단순히 좋은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카페 그 이상의 의미를 확고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순간순간 판도가 뒤바뀌는 음료시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분하게, 그렇게, 내실을 다져온 브랜드, 이디야 커피.
‘헤이하치차야’처럼 성장하기를! 여유를 선물받은 고객들이 내일을 기대하며 다시 이디야로 발걸음을 옮기기를! 더하려고만 하지 말고, 더 높아지려고만 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추려낼 수 있는 능력을 통해 ‘빼고’, 또 ‘빼고’, 그래서 기업의 가치에 주력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기를. 사람을 사랑하는 이 기업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은 어느 독자가 애정을 가득 담아 전한다.

<젊은이들은 왜 이디야에 열광하는가>로 시작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러니깐 열광할 수밖에 없다’로 끝맺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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