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감상법
주성철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

- 주성철, 한국영화 다시보기

 


씨네21 대표기자인 주성철 기자는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 맛깔나게 드러내는 뛰어난 글 솜씨 때문에 내가 참 좋아하는 기자다.

작년이었던가, 그가 장국영을 추모하며 출간한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기사’가 아닌 ‘책 한 권’으로 만나는 그의 이야기는 더 재밌었고 풍부한 소스가 한가득이었다.

장국영이라는 인물의 AtoZ를 다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었는데, 이번에는 하나의 인물이 아니라 ‘영화’라는 거대한 장르에 대한 고찰을 시도했다.

영화감상을 잘 하는 법, 기본적인 영화 지식, 또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며 그가 생각하고 털어놓는 한 작품 한 작품에 대한 코멘트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를 통해 그간 ‘관심거리’로 생각해 온 영화라는 장르를 좀 더 진지하게

접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일렁이게 된 듯하다.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작품부터 올해 개봉한 따끈따끈한 최신 영화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책은,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내가 모르는 영화 이야기만 줄곧 늘어 놨더라면 답답했을테지만,

내가 감명깊게 본 작품, 봤으나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 등에 대한 언급도 이뤄지고 있었기에 미처 못 다한 영화공부를 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시네마테라피’라는 부분.

대부분의 미디어가 앉은 자리에서 주문을 통해 받아보고, 시청하고, 읽는 그런 형식을 꾀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만큼은 여전히 극장이라는 장소적 공간에 직접 찾아가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시청하는 행위로 이어진다는 점을 통해 영화만이 주는 매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었다.

스크린과 작품, 그리고 러닝타임 동안은 무조건 꼼짝없이 감독의 의도대로 그 작품을 시청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관객이 되는 이 상황을 통해

‘영화가 미치는 숨은 파급력’이 꽤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점과 이어져 시네마테라피라는 용어가 생겨난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인물에 자연스레 감정이입하는 관객, 그리고 그 감정이입만큼 자연스러운 자가치유. 이것이 영화가 줄 수 있는 무궁무진한 매력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손꼽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이 주인공은 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구나’를 관객이 알게될 때 받는 위로, 그게 주는 힘이

꽤 크단거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심지어 그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객이 얻는 위로는 더 증폭될 수밖에 없는 거고.

쉽고도 어려운 영화지만, 그 가운데서도 꾸준히 극장가로 몰리고, 거대한 화면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가 되기를 기꺼이 자처하는 관객들,

진화하는 미디어시대 속에서도 영화를 시청하는 방법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더 강한, 그래서 영화는 그 어떤 미디어보다도 큰 치유력을 지닌

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대별 영화, 특정 감독에 대한 이야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등 세분화한 파트는 단번에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마련했다.

소설처럼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주제에 따른 짤막한 이야기를 정리해뒀기에 급급한 독서가 되지 않아서 좋았다. 읽고 싶었던 파트를 위해 한참이나 건너 뛰어

파트5의 ‘한국영화, 전설을 말한다’ 부분을 먼저 읽었다.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가며 영화에 대한 이해를 그때그때 높일 수 있어서 좋았다.

두꺼운 분량 덕분에 들고 다니며 읽기엔 제약이 많은 책이지만, 마치 영화에 대한 ‘사전’같은 느낌의 책이기에 언제든지 펼쳐서 부분 부분 찾아보고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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