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식객 Ⅱ 1 : 그리움을 맛보다 허영만 식객 Ⅱ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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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2 - 허영만, 그리움을 맛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닐 정도로 허영만의 식객은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를 잡은 작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된 허영만 작가의 무수한 작품들은 만화가 만화 그 이상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음을 다분히 보여준 예가 아닐까. 그 가운데서도 식객은 음식카툰이라는 생소한 듯 빠져드는 묘한 매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까지 한 작품. 그런데 그만큼 대단한 작품을 나는 이제야 접하고 말았다. 출간된 시기에 비교하면 뒤늦은 접근이지만, 책 역시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처럼, 각각의 독자를 만나는 가장 좋은 때가 있다는 걸 믿으며 살아온 나에게는 지금이라는 시기에 이 책을 읽은 게 많은 울림과 감동을 배가시켜준 것 같다. 다섯 가지 음식에 대해 짧지만 여운만큼은 길게 남기는 에피소드들. 특히 ‘그리움을 맛보다’라는 부제와 어울리듯 ‘과거’, ‘고향’과 같은 단어들로 접목시킨 음식 이야기는 ‘만화를, 그것도 음식만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기 현상’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하긴, 원래 내가 눈물이 많다는 전제도 깔아두긴 해야 겠다) 

 


1화 대구내장젓 /

2화 김해뒷고기 /

3화 된장찌개 /

4화 아이들을 위한 채소요리 /

5화 보리밥 한 그릇

 


총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어느 이야기 하나 부족함이 없다. 부족함 여부에 대한 기준은 오직 음식과 이야기의 긴밀성. 스토리의 흐름만 떼서 보면 사실 억지적인 요소, 혹은  현실불가능한 요소가 몇 가지 보이지만, 음식과 조화를 시켜 보면 그럴싸하다. '다소 유치하거나 억지일 수 있음'을 깔고 보면, 충분히 가치있는 이야기라는 점, 그게 내가 식객2를 읽고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대구내장젓'과 관련해서는 기억은 잃어도 맛에 대한 기억은 잃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증폭시킬 수 있었고, '김해뒷고기' 이야기에서는 내 고향과 가까운 지역의 음식이었기에 나도 자주 접했던 뒷고기 이야기를 직장상황과 접목시켜 재밌게 풀어낸 점이 꽤 유쾌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지금은 직장인이기에 이 에피소드도 내 마음이 충분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긴 했으나, 실은 대학생이던 스무살 때 처음 뒷고기를 맛 봤던 그때가 더 새록새록 떠올랐다. 대학시절 학교 밑 골목길에 줄지어 있던 뒷고기집, 그 중에서도 가격은 저렴한데 양은 제일 푸짐했던 어느 이모의 가게에서 진탕 시켜 먹었던 그 뒷고기를 떠올리게 해준 두 번째 에피소드. 허영만 작가가 겪은 실화 그 이상으로 나에게도 옛 기억을 불러오는 아련한 소재가 아니었나 싶다.

'된장찌개', '채소요리' 역시 음식 소재와 어울리는 캐릭터 구성으로 이야기를 이해하는 속도를 한층 더 높여준 재미난 이야기. 하지만 마지막에 배치된 다섯 번째 이야기, '보리밥 한 그릇'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만화 읽다가 울게 만드는 그런 찡한 스토리 덕분에 아직도 그 여운이 진하게 남는 듯 하다.

 

 

 

일년에 한 번은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그게 고 사장에게는 보리밥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친구에 대한 애틋한 기억. 자연스레 '나에게는 꼭 먹어야 하는, 꼭 기억해야 하는 음식과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떠올랐다. 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아직'.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음식들이지만, 그 가운데서 기억해야 할 만큼 애틋한 음식 하나가 나에게는 없었다는 사실이 뭔가 짠했다. 음식에 대한 추억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구나, 싶었고, 주린 배 채우기에만 급급한 식사를 그동안 해온 게 아닌가 싶었다. 식객을 읽으면서 음식에도 철학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보다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말만 들을 때는 몰랐는데,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 깃든 스토리를 들으니깐 음식이 의미하는 바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도 충분히 와닿게 된 것 같고.

 

 

 

명불허전 허영만. 명불허전 식객. 내 인생을,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 입으로 먹은, 그리고 먹게 될 수많은 먹거리가 모이고 순환하며 오늘의 나,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먹는 것 하나에 감사를. 먹는 것 하나에 기쁨을. 그리고 먹는 것 하나에 작은 의미를 부여해서 보다 사소한 즐거움을 많이 많이 만드는 삶을 살고파졌다. 식객이 나에게 준 교훈은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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