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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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호아킴 데 포사다, 자기믿음에 대한 이야기



‘자기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동조 성향’이라는 심리용어와 접목시켜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빅터 로저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불확실한 말 한마디의 파급력에 대해 특별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그 말 한마디가 가져오는 힘은 생각보다 크고 뾰족하다.  

순간의 생각에 의해 입에서 뱉어진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넘어 무섭게 느껴졌으니깐.


173의 아이큐를 가진 빅터 로저스. 그는 서번트증후군을 앓았던 사람이었을테다. 비상한 천재지만 너무 비상하고 조금은 느려서 그 누구도 그가 천재일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던 사람. 그런 그의 아이큐가 173이 아닌 당연히 73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그를 저능하고 무능한 ‘바보’로 취급하기 바빴다.  

부러 괴롭히려거나 잘못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눈에는 73이라는 숫자 앞에 붙은 ‘1’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  

 

동 조성향, 남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맞추려하는 경향. 한 명 두 명이 빅터를 향해 뱉은 ‘바보’라는 단어는 결국 빅터 주변의 대다수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옮아졌고, 그렇게 바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빅터는 스스로도 ‘나는 바보야’를 입에 달고 살게끔 만들어 버린다.  

빅터의 이야기와 교차시켜 등장하는 로라의 이야기 역시 동조성향, 그리고 생각 없이 뱉은 말 한마디로 인생이 서글퍼진 케이스다.  

예쁜 외모 탓에 유괴의 경험을 가진 로라, 그녀의 부모는 ‘못난이’라는 애칭을 로라에게 붙여주며 늘 그녀가 스스로를 못났다고 여기게끔 만드는 데 일조한다.  

딸 의 예쁨을 인위적으로 ‘못났다’로 만들어 버리면 다신 그런 불행이 그들에게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거다. 자기 비하, 자기 불신에 휩싸여 당당하지 못하게 살아온 로라는 바보라는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7년 간 제 능력, 제 날개 한 번 펼 수 없었던 빅터와 일맥상통하는 대상이었다.

 

‘사 실은 넌 비상하고 명석한 사람이야’, ‘사실은 넌 정말 예쁘단다. 널 보고 있으면 심장이 얼마나 떨리는지 몰라’. 이렇게 ‘사실’을 말 했더라면. 아니, 그냥 무책임하고 부정확한 말은 그들에게 뱉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살아오는 동안 받았던 기나 긴 고통이 애초에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나비효과’로 불리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듯,  

그렇게 내 작은 말 한마디에 상대방의 인생 전체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뭐든 쉽게 말하기 꺼려질 거다.

빅터를 바보라고 놀리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던 사람들, 로라에게 일부러 비난의 말을 쏟아 부었던 그녀의 부모님,  

이들의 무책임한 말이 불러온 결과는 한참이나 시간을 돌고 돌아서야 제자리로 새로고침될 수 있었다.  

 

남의 생각이 내 생각보다 옳을 확률, 사실 높다고 믿었고 그래서 나 역시 남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내 생각을, 내 결정을 많이 뒤바꾸기도 했다.  

때로는 내 주장이 그다지 신빙성이 높지는 않았기에, 남들의 일목요연한 주장들 앞에서 작아지기도 했고, ‘그냥 그럼 그렇게 해요’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고, 나는 왜 그런 주장을 내세우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알리기 보다는  

‘좋은 게 좋은거고, 둥글게 둥글게, 튀지 않고 물렁물렁하게’ 사는 게 제일 편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 혼자와 다수의 의견이 갖는 대립 아닌 대립 속에서 이기고 싶은 생각보다도, 싸우면 피곤하니깐, '묻어가자'라는 생각이 내 속에도 자주 출몰하고 있단 걸 알았다.  

 

하지만 때로는 다수의 말 속에 숨은 '단점'을 발견할 수 있는, 그래서 그 작은 단점이 가져올 커다란 상처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자라났다. 말 한마디의 힘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거나, 한참 돌고 돌아서 가게끔 만드는 큰 힘이라면,  

반대로 일으켜 세워주고, 아픔을 다독거릴 수 있는 것도 그 말 한마디라는 걸 알았다. '좋은 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거겠지.

물론 제일 먼저 상대의 말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인간이 되어야하는게 선행되어야 할테고.

바보 빅터, 17년 간 바보로 불리며, 불리는 대로 바보처럼 살았던 그는 결국 멘사의 회장이 되어 그간 발산하지 못한 자신의 포텐을 마음껏 터뜨릴 수 있게 된다.

바보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라는 작가는 늘 평범한 일상의 어느 한 조각을 통해  

가장 평범한,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진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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