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다 sex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자살보다 sex - 무라카미 류, 여자 그리고 연애에 관한 담론



무라카미 류. 히피문화가 전성이던 시대에 락 밴드에서 드럼을 치며 흠뻑 그곳 생활에 취해살았던 그는 자신의 글에서마저도 그런 사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1976년 작가로 데뷔하고 2002년까지 무려 27년간 그가 써온 여자와, 연애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자살보다 sex>라는 다소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제목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연애에 실패한 사람에게 더 와닿는 글일까, 싶어서 기대하고 펼쳤던 책이다. 오랜 연애를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찰나에 읽은 이 책은 그간 내가 알던 연애와 다른 점도 말하고 있었고, 내가 아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알면서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 혹은 몰라서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무라카미 류의 글을 통해 접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가 굳이 책제목으로 ‘자살’과 ‘섹스’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집어넣은 이유는, 죽을 바에는 육체적인 사랑이라고 충실히 하라는 뜻에서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삶을 끝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 대단한 것임을. 그러니 마음껏 분출(?)하라는 의도가 다분한 그의 글은 21세기 여자와 남자를 대변하는 글이란 생각이 든다.

읽었던 부분 중에서 ‘사랑스러운 여자와 사랑스럽지 않은 여자’라는 파트는 거의 책의 앞 부분에 등장하는데, 집중해서 읽은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내 마음에도 많은 울림을 준 부분이다. 늘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주변에서 듣는 소리는 ‘백치미 있다’ 혹은 ‘바보같다’는 소리여서 속상했는데, 이 책에선 한방에 나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바보같은 여자가 사랑스럽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바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자주 왈가왈부하는데 바보란 단순하고 솔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 얼마나 용기를 부어주는 말인가!

그러면서 사랑스러운 여자와 사랑스럽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 사이에 그녀들의 ‘아버지’라는 존재를 슬그머니 꺼내고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여성이 사랑스러울수도,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고 작가는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교제하던 남자에게 아빠 이야기를 나는 참 편하게 했던 것 같다. ‘우리 아빠가 글쎄~’로 시작하는 수다스러움을 그치지 않았다. 내 생각에 국한시켜놓고 나는 그저 그런 매력없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와 연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선보인 작가에게 뭔가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기분이 가벼워진다고 해야할까.

사랑보다는 삶을 더 중하게 여기는 여자가 되기를. 그리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 가운데서 참 매력을 발휘하는 그런 여성이 되길. 책을 읽은 후, 내 삶과 여성이라는 나의 정체성에 감사함이 절로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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