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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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이택광, 실패는 좋은 것이다.



 

책 이 얇았고, 무엇보다 내가 대학시절 배웠던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던 책이다. 저자 이택광 교수가 다루는 모든 철학자들을 학교에서 배우진 않았기에 생소한 점도 많았지만 다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거란 괜한 자만심이 책 첫 장을 펼치기 전에 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건 엄청난 교만이었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나는 이 책을 펼쳐 보며 철학전공 4년 동안 무엇을 배우고 기억했는지에 대해 회의감만 잔뜩 짊어지게 되었다.  


 

슬 라보예 지젝, 지그문트 바우만 외에는 나머지 철학자들은 모두 현재에도 철학적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 사이먼 크리츨리라던지 알베르토 토스카노, 제이슨 바커 등 생소한 학자들의 이름은 우선 ‘들어두는 데’에 의의를 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학을 ‘고리타분’하다고 여기진 않지만 ‘어렵고’, ‘막연하고’, ‘굳이 해야하는 학문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나 또한 완전한 이해보다는 머릿속에 담아두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사실 이러한 모습은 엄청난 자기위안에서 나온 모습인 것 같다.)


 

철 학은 ‘생각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철학에 대해 많은 지식을 뇌에 삽입하진 않았지만 이미 귀결된 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아나서는 과정, 즉 ‘사유’에 대해선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였다. 주로 시험답안이 논술형 이었기에 나는 늘 하나의 철학자가 주장한 논제, 혹은 진리라고 강조하는 것들에 대해 내 생각을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눠서 적는 연습을 많이 했었다. 이번 책도 수많은 철학자들과 저자 이택광 교수가 주고받은 대화는 비록 가물가물하지만 단 하나의 주제인 “철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다.”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면 ‘만족한 책읽기’로 명명하기로 했다.


 

책 페이지 10쪽에는 들어가는 부분으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모든 철학자와 메일 혹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대담을 진행하고 그들의 생각 속에서 단 하나로 축약될 수 있는 테마를 잡았는데 그게 바로 ‘실패’에 대한 사유였다.

“철 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다. 따라서 철학은 또다시 실패할지언정 다시 시도하기를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 철학자들이 경제학자들과 다른 점을 여기서 짚어낼 수 있다. 자본주의가 실패하는 바로 그 위기의 순간에 철학은 새로운 체제를 사유한다. 위기의 순간을 사는 것이야말로 철학자의 본질이자 사명이라는 것이 이 책에 실린 철학자들 사이에 합의되어 있는 명제다.”


 

저 마다의 사람에게 주어진 실패의 크기나 그 실패가 주는 파장은 다를지라도 실패는 다음을 위한 초석이 되어주며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현상이라는 것에는 나도 절대적인 동의를 표한다. 철학과 기독교의 진리가 때론 반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일치하기도 하는 가운데 학과 공부할 때 여러 가지 혼란을 느끼기도 했었지만, 이 부분은 기독교의 생각과도 상응하는 부분인 것 같아 쉽게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참 이 책의 제목이 그냥 멋들어지는 제목이 아니라 정말 주제를 제대로 함축하고 있는 훌륭한 카피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다시’, 반복해서 실패한다해도 또 한 번 그 실패에 도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더’, 이전보다 나은 상태

‘낫게’, 이게 실패하는 것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실패하라’, 깨달음을 안겨주는 중요한 기회로 실패를 받아들이기를.

사유하는 힘을 안겨주는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생각의 나래를 마음 껏 펼쳐보기를. 적어도 나는 그런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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