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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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2010년 여름, 나는 몽골에 있었다. 2주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넓디 넓은 몽골의 초원에서 말을 타는 체험을 했던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의 황홀했던 대지의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다시한번 몽골의 초원이 그려진 책을 읽는 일은 그래서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조드>로 알려진 작가 김형수의 신간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에서는 그가 여행했던 몽골의 생생한 모습이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었고, 소설가다운 문체들로 그만의 사상과 고뇌의 흔적이 잘 묻어나 있었다.

소설을 쓰던 사람이 자신의 체험기를 있는 그대로 작성한다는 것, 어쩌면 꽤 힘든 작업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다. 소설가는 소설 쓰는 게 편한 사람들이니깐. 하지만 김형수 작가는 그런 것쯤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듯 술술 자신의 생각을 써갔다. 그 어느 독자층도 신경쓰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담겠노라, 다짐하고 쓴 책 같았다. 사실 그래서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은 페이지 곳곳에 들어있는 몽골의 사진들을 보면서 금방 날려버릴 수 있었다.

책에는 정말 많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나 역시 몽골에서 넓은 초원과 높은 하늘(하늘이 높다는 걸 정말 제대로 확인하려면 몽골로 떠나기를 추천한다)을 눈에 담으며 최대한 오래 그 풍경을 기억하려고 애쓰며 지내왔지만, 보이는대로 셔터를 눌러대고 찍은 사진보다, 작가가 멋들어지게 찍은 사진이 확실히 더 아름답긴 했다. 멋진 사진들로 내 기억속의 몽골을 되짚어가며, 지금쯤 몽골에서 불고 있을 어느 지점의 바람을 상상하며 그렇게 책을 따라 읽어갔다.









몽골은 넓은 초원에 동물들을 방목한다. 관광객들은 이동하는 가운데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데, 내 기억에 동물들은 아주 순했던 것 같다. 떼를 지어 풀을 뜯어 먹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처럼 사는 동물들의 여유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

몽골 초원을 버스로 달려 도착한 어느 전원 레스토랑. 길게 세팅된 나무책상 앞에 일렬로 봉사활동 멤버들이 앉아있으니 양고기가 나왔다. ‘아까 여기 오던 길에 양떼를 봤는데...’하는 생각이 들자, ‘신선’처럼 풀 뜯어먹고 유유자적히 움직이던 그 동물들이 갑자기 처량해지는건 왜인지.

몽골의 하늘은 많은 모습을 담고 있다. 기본바탕이 하늘색인 도화지에 빨간 물감, 주황색 물감, 갈색 물감을 은은하게 덧칠한 것 마냥 노을이 지는 순간이 매우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 그런 하늘. ‘진짜 하늘’이 보고싶다면, 꼭 ‘몽골 여행’은 다녀오는게 좋을 것 같다.

페이지 중간중간마다 수록된 궁서체의 ‘시’들은 사실 글자크기가 너무 작아서 미간을 찌푸려야만 간신히 읽어질 정도였다. 분명 작가가 의도하고 집어넣은 ‘시’ 였을텐데, 페이지의 아름다움을 위해 작게 만든 활자가 조금 아쉬웠다. 좋은 글은 잘 볼 수 있게 큼지막하게 넣어주면 더 좋았을 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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