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뮈스 - 광기에 맞선 인문주의자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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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뮈스 - 요한 하위징아, 광기에 정면으로 맞선 이

수 준 높은 서적을 출판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연암서가’, 이곳에서 표지부터 고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신간이 나왔다. 제목은 <에라스뮈스>. 평전으로 꾸려진 이 책은 중세시대 대표적인 인문주의학자인 에라스뮈스의 생애를 요한 하위징아의 문체로 풀어내고 있으며, 에라스뮈스가 생전에 자주 왕래하며 우정을 쌓았던 토머스 모어 경과의 일화도 상세하게 들어있었다.

사 실 처음 이 책을 읽고 싶어했던 이유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문학자의 평전을 통해 그를 온전히 알 수 있을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살았던 중세시대는 문란하고 어지럽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시대가 아닌가. 그런 배경 가운데 인문학적인 사상으로 시대를 살아냈던 에라스뮈스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았는지 너무 알고 싶었던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하지만 처음 기대와는 다르게 책이 너무 어려웠다. 진지한 학문을 연구했던 책 속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은 요한 하위징아의 진지함까지 더해져 책은 정말 겉잡을 수 없는 진지함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중간중간 에라스뮈스의 자화상이라던지 그가 연구했던 학문들을 나타난 사진자료들을 여럿 구경할 수 있었던게 그나마 소소한 재미였다.



몇 장 못 넘기고 지쳐버려서일까, 책을 읽는 속도가 많이 느릿느릿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도원에서 무명의 수도사로 지내다가 현재 그의 평전이 출판되고 수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에라스뮈스의 삶은 귀감이 될만하다고 판단했기에, 꾸역꾸역 끝까지 읽으려고 애를 참 많이 썼다. 더불어 에라스뮈스의 이야기 곳곳에 교과서에서나 봤던 토머스 모어와 마틴 루터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우정, 논쟁 등이 소개되어 있어서 반가운 이름들을 만나는 재미도 좀 느꼈던 것 같다.

사 생아로 태어나 쭉 비운의 삶을 살 것만 같았던 에라스뮈스는, 어둡고 침침한 삶만 살아낼 것 같았던 에라스뮈스는 결국 스스로의 학문적 열정과 의지로 출생의 비극을 넘어섰고, 유럽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지식인의 수준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된다. 쟁쟁한 가문들, 귀족, 왕실의 사람들 등 유럽 내에는 날 때부터 잘난(?) 이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구조가 정형화되어 있는데 에라스뮈스가 그 틀을 깬 인물이 된 것이다. 그의 학문적 지식의 수준이나 말솜씨, 생각의 깊이 등 고차원적인 수준을 차치하고서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봤을 때 나는 에라스뮈스라는 인물에게서 ‘노력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왕실 사람들이 그에게 찾아와 자문을 구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되려나.)

개 인적으로 에라스뮈스가 ‘휴머니스트’같은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하기야 그런 성품과 사상을 지니고 있었기에 광기에 맞선 인문학자라는 타이틀이 그의 이름 뒤를 수식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욕과 욕심, 물질 등 겉으로 보기에만 화려한 것들을 추구하던 중세시대 가운데 그래도 곧은 정신으로 중심을 지키고, 사람을 사랑하려 했던 에라스뮈스. 그가 만약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곧고 곧은 선비로 삶을 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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